[시선뉴스 이호기자] 요즘 세상은 착하면 손해를 본다는 말이 맞는 걸까. 심성이 약한 여고 동창생의 등을 쳐 호화생활을 한 여성이 검거됐다.

지난 1994년 7월, 권 모(44, 여)씨는 다른 고등학교 동창 소개로 알게 된 같은 학교 동창 김 모(44, 여)씨에게 친구의 교통사고 합의금과 사채업자에게 줘야 할 급전 등이 필요하다며 300만원과 400만원을 빌렸다.

권씨는 이 때 김씨가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심성이 여린 것을 한 눈에 파악한 뒤 김씨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권씨는 김씨의 사주를 들먹이며 제사를 지내야 주변 사람들이 죽지 않는다며 제사 비용으로 수 천 만 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일본에 있던 김씨는 이 말을 믿고 일본의 게임장 등에서 일을 하며 권씨에게 수년 간 제사비용을 보냈다.

 

김씨는 2009년 다시 한국으로 입국했는데, 권씨는 김씨가 가족과 함께 살면 칼부림이 난다며 김씨를 가족과 떨어뜨렸고 유흥주점에 보내 일하게 했다.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권씨는 김씨의 성관계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되어 해결하기 위해 사채를 빌려썼다고 거짓말을 했고 6년 동안 5억 여원의 돈을 빼앗았다. 또한 지속적으로 제사나 굿을 들먹이며 각종 음식을 배달시키기도 하였다.

20년 가까이 권씨가 김씨에게서 받은 돈은 경찰이 확인한 액수만 8억원, 김씨가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12억∼13억원 정도다. 권씨는 이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니고 부산 강서구의 고급 전세 아파트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반면 이렇게 돈을 바친 김씨는 정작 돈이 없어 찜질방과 고시원을 전전하며 그야말로 앵벌이 같은 생활을 했다고 전했다.

권씨가 김씨에게 이런 사기행각이 들통 난 이유는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욕심을 부려서다. 권씨는 김씨의 여린 심성을 또 이용하기 위해 사채 때문에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거짓말을 했다. 김씨는 해당 교도소에 가서 권씨가 정말 수감됐는지 확인을 했는데 당연히 그 곳에는 권씨가 없었다. 이에 김씨는 권씨에게 그동안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

일반 사람이라면 속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20년간의 사기행각. 자신의 삶이 그 정도로 피폐해 짐에도 불구하고 권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김씨. 속인 권씨야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잘못을 했지만, 과연 당한 김씨는 잘못한 것이 없는 걸까.

무려 20년 동안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직업마저 자신이 선택하지 못한 삶을 살면서도 뭐가 잘못 됐는지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이 착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남의 말만 듣고 허황된 말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어이없게 속일 수 있었던 사람이나 어이없게 속은 사람이나 답답하고 안타까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