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방안에서 움직이지 않는 코끼리, 자신의 털을 뽑는 타조 등 동물원 내 동물들의 이상행동들이 보도되면서 동물 복지 이슈가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동물원인 창경궁이 1909년에 지어진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 동물원의 동물 복지는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대한민국 동물원의 동물 복지 수준은 현재 어느정도인지, 그리고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보고서’ 저자 최혁준 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자.

 

PART 2. 동물을 진정 좋아한다면,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 책을 발간한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직접적으로 동물원에 생긴 변화가 있다면?

가장 고무적이었던 것은 책에 ‘동물 공연’으로 악명 높은 동물원에서 동물 공연이 사라진 거예요. 솔직히 동물원은 입장료만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하게 때문에 공공재의 느낌으로 공영으로 운영하면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거든요. 하지만 사설 시설은 그렇게 못하고 진짜 제대로 운영하기가 힘들어서 동물 공연 등의 이벤트를 통해서 부가적인 수익을 올리죠. 그런데 작년부터 이 동물원에서 아예 동물 공연이 사라졌더라구요. 동물원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동물보호단체가 계속 압력을 넣었던 것도 있겠지만, 동물을 찾는 관람객들이 어떤 시선이나 취향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동물원 스스로 알아차린 것 같아요. 사실 제 책의 영향을 받았는가에 대한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이 동물원처럼 책에서 지적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각 동물원들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제 책을 보고 고쳤다기보다는 동물원이 보기에도 시급한 걸 제 책에서 잘 짚어줬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변하고 있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하고 그래서 한 2년 정도 뒤에는 개정판으로 바뀐 내용들을 추가해서 나올 예정입니다.

 

- 동물원의 현실과 변화를 알리기 위해서 다른 프로젝트나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지?

일단은 그런 것들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따로 준비하기 보다는 그냥 평소의 일이 된 것 같아요. 제가 밖에다가 저를 소개할 때 아니면 뭐 이런 저의 책이나 활동을 소개해야 될 때 전시동물복지활동가라고 소개해요. 그래서 지금처럼 언론과의 인터뷰도 다니고 강연이나 저자 교육 같은 것도 다니고 있어요. 사실 언론에서 노출해준다는 게 어떻게 생각하면 큰일이거든요. 책을 내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지만 언론은 아무래도 책보다는 파급력이 굉장히 크잖아요. 또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 블로그를 통해서 항상 이런 내용들을 올려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강의가 잡히면 금전적 대가가 없어도 가고, 최대한 알리는 것이 제 직업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활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최근 동물원의 동물들이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들을 보면서 동물원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상향을 말하라면 당연히 저도 동물원이 없어지는 걸 주장해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저는 동물을 소유하고 곁에 두려는 것은 되게 좀 인간의 근원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평가를 하면서 동물원의 역사를 공부를 해봤는데, 동물을 잡아다가 가두고 전시하고 보는 문화는 귀족층이나 왕족을 중심으로 엄청 오래전부터 있었더라구요.

그래서 지금 당장 동물원이 사라진다면 오히려 더 뒤틀리고 변형된 형태로 동물을 소유하고, 가지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동물들에게는 미안하고 슬픈 말이지만, 동물원이 그래도 우리가 동물을 소비하는 방법 중에는 인도적인 편에 속한다고 중간 결론을 내렸죠. 제가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동물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모순을 조금이나마 가능하게 하려면 동물 복지에 대한 윤리나 기준, 생각하는 관점을 만들고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생각들이 제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가장 중심이 되는 생각입니다.

 

- 현재 동물원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변화가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해볼 수 있는데, 일단은 동물원 업계 차원에서 보자면 당장 법과 규제가 필요해요. 당장은 동물 전시 시설에 대한 규제라든가, 시설 안의 동물들의 복지 기준을 보장하는 법이 없어요. 우리나라의 동물복지법이 생긴 지도 30년 정도 됐는데도 그 안에는 동물원의 동물은 빠져있어요.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 동물원 동물들은 그 시설의 소유물로서, 사물로서 인식이 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일단 법체계가 마련이 되고, 그 법체계에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봐요.

두 번째로 최소한의 기준이 만들어졌다면 그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해요. 최근 동물에 대한 노출과 관심이 늘어나면서 동물 관련 산업에 뛰어드는 개인 사업체나 기업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런 시설을 규제하는 법이 없는 틈을 타서 작고 열악한 시설들이 진짜 많이 생겨났죠. 수익구조가 안 나는 동물원, 동물체험관들의 업주들은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에 수익구조를 내기 위해서 무슨 행동이든 하게끔 변하게 되는데요. 그러니까 최소한의 복지 기준을 지킬 수 있는 여건과는 점점 멀어지는 거죠.

그리고 세 번째는 동물원끼리의 협력이 좀 필요해요. 모범 사례로 자주 제시하는 북미나 유럽 같은 경우는 동물원 협회가 서로의 동물 관리 매뉴얼을 교류하고 복지 기준을 만들어서 회원들끼리 지키기도 하고 나름 자정적인 작용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동물원끼리 교류가 있다 보면 동물원에도 더 좋은 점들이 있어요. 동물원 같은 폐쇄 환경에서는 근친 교배가 잘 일어날 수밖에 없다보니까 유전자 풀이 단조로워지기 쉬워요.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동물원들끼리 업무 협력이 잘 되면 동물들에게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죠.

▲ 최혁준씨가 진행하는 '동물원 걷기 행사'

- 동물원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동물원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의 변화도 필요할 것 같다. 관람객 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동물원의 3요소에는 동물, 운영하는 주체, 그리고 관람객이 있어요. 관람객들은 동물원을 구성하는 3요소 중 하난데요. 동물이 뭘 바꿀 필요는 없잖아요. 운영자측은 앞에서 말씀드렸고 관람객도 엄청난 변화를 미치기 때문에 관람객들을 바꾸는 것도 필요해요.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게 되면서 시설이든 프로그램이든 어떤 것들이 동물에게 유해하고 복지에 어긋난 것인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분별할 수 있는 시선을 좀 가지게 되면서 그것들을 소비나 선택에 반영을 하게 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 본인이 생각하기에 외국과 우리나라 동물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흔히 동물 복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이나 북미 쪽이랑 비교해보면 일단은 시민의식 자체가 매우 동물 복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우리나라보다 동물원 동물에 대한 관심도 많고, 일정 수준 이상의 관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죠. 그리고 이건 좀 놀랐던 부분이기도 한데 동물원이라는 시설은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해도 동물원만으로는 수익구조가 안 나오는 건 다 동일해요. 메우는 방법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린 건데 해외 같은 경우는 기부금 수입이 엄청나다고 들었어요. 워낙 그런 시민의식 자체가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다보니까 특정 동물사나 동물 개체에게 이 동물을 위해 써달라고 하면서 기부를 하는 거죠. 그래서 그런 점들이 다르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 앞으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사실 알리고 교육하는 것 자체는 저는 장기적인 플랜이고, 지금부터 끝까지 가는 그런 목표를 말하자면 직업으로 말하잖아요. 그런 거라고 한다면 일단은 석·박사를 이쪽에 관련해서 학위를 취득하고, 동물에 대해서 계속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게 곧 학자라는 말이랑 등호가 성립하게 되는 거 같은데 그래서 저는 계속 동물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 동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 시선뉴스 및 독자들에게 한마디

확실히 과거에 비해 동물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어요. 어떤 동물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으로 인해서 어떤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니까 거기에 맞춰서 동물복지의 한계선이라는 게 같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서, 실생활에서 동물들을 더 많이 보고 싶어 한다면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세계에서 데려올 수밖에 없잖아요. 그게 동물원이 될 수도 있고, 방송 출연이 될 수도 있죠. 우리의 이런 행동들은 동물들에게는 굉장히 큰 폭력일 수 있어요. 이런 폭력적인 부분들을 줄여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동물들에게 최대한 그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람객들이 이런 것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변화하면 동물 전시를 하는 주체들은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어요.

또 요즘 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말 단편적인 부분만 좋아하고 가공된 모습들만 좋아해서 ‘내가 동물을 좋아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요. 진정으로 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동물한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걸 최소화할 수 있게 좀 더 동물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선과 동물 복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미디어나 동물원에서 동물을 접할 때도 장면 자체를 보기보다는 동물 개체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선을 갖기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최혁준씨가 그린 일러스트 그림

동물 복지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고 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최혁준씨는 동물원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주체와 관람객들이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실천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최혁준씨는 이런 사실들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 올 가을과 겨울 두 차례의 동물원 걷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소비되고 있는 동물들이 비록 동물원 내에서지만 최선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최혁준씨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