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지윤 에디터]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에는 죽은 아버지를 닮은 삼촌에게 집착하는 소녀 인디아가 등장한다. 인디아는 삼촌과 애정관계에 놓인 어머니를 질투하고, 어머니와 경쟁한다. 인디아처럼 ‘아버지’의 애정을 갈망해 어머니를 증오하게 되는 여성의 심리상태를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한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여자아이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비정상적인 애정을 품어, 어머니를 대해 경쟁의식을 가지고 증오하게 되는 심리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이 이용어의 유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엘렉트라’ 공주가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는데, 최초로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소개했다.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융’이 소개한 용어이긴 하지만, 이론을 정립한 것은 ‘프로이트’이다. 프로이트가 정립한 이론에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원인이 제시되어 있다.

▲ Electra at the Tomb of Agamemnon, by Frederic Leighton,1869년. 사진출처/위키백과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르면, 보통 여자아이는 특정시기에 아버지의 남근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남근을 선망하게 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에게 남근을 주지 않은 어머니를 원망하는데 이러한 시기를 ‘남근기’라고 한다.

하지만 보통의 남근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근기 (만 3~5세)가 지나 딸이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되찾고 어머니의 ‘여성성’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초자아’가 형성될 때 자연스럽게 해소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남근기에 형성된 남근 선망(penis envy)이 여아로 하여금 콤플렉스로 남게 되면 이것이 바로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되는 것이다. 즉 원인은 어머니와 아버지, 부모에게 있었다.

먼저 ‘어머니에 의한 원인’의 경우다. 어머니가 여아의 ‘남근기’ 시기에 딸의 감정을 받아주지 못하거나 어머니가 딸에게 정서적으로 아무런 역할도 해주지 못하면, 딸은 자신의 최초의 선망・애착상대인 아버지에게 관심을 더욱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남근기가 엘렉트라 콤플렉스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아버지에 의한 원인’의 경우로, 심리학자 ‘머린 머독’이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있는 딸들은 보통 ‘이상화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는 점에서 발견했다. 이상화된 아버지란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아버지 역할을 포기한 ‘수동형 아버지’, 딸과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친밀한 ‘유혹형 아버지’, 딸에게 복종을 강요해 딸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독재형 아버지’ 등이 있다.

이 같은 이상화 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딸들은 아버지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남자의 힘을 선호하고 여성적인 가치는 멀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아가 남근기에 부모와 제대로 정서적인 교감을 하지 못하면 겪는 것이 엘렉트라 콤플렉스로, 이것이 여아의 인격으로 정착되고 나서 극복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가진 여아가 부모로부터 배우지 않은 것들을 홀로 다시 쌓아야하기 때문이다.

엘렉트라 콤플렉스, 부모들의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감정과 인격이 자리 잡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좋은 인격을 심어주고 있는지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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