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잉태와 출산은 참으로 경건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실수이고 되돌리고 싶은 일이기도하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소중한 잉태와 출산이 끔찍한 사건사고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영유아 유기로, 이 같은 사건은 이따금 보도되며 사회적인 질타와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그래서 생긴 슬픈 ‘박스’가 있다. 그런데 이 박스는 참 난해하다. 있어야 될 것 같으면서도 있으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또 이 박스을 이용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안된 것 같기도 하다. 이 박스는 이른바 ‘베이비 박스’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아이를 맡길 수 있게 고안된 박스이다.

▲ 이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사진/픽사베이]

얼핏 들으면 베이비 박스는 아기를 버리고 가는 수단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기에게 ‘헤어짐’과 동시에 또 다른 ‘만남’의 공간이기도 하다. 즉 준비되지 않은 부모로부터 아이가 버려지다 보니 아예 안전하게 버릴 수 있는 공간을, 아니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14일 ‘KBS 스페셜’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베이비박스’를 조명해 화제가 되었다. 그 주인공은 6년간 베이비박스를 운영해 오고 있는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였다. 이 목사는 영유아 유기・방치를 마음 아프게 여겨오던 오다 고심 끝에,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베이비 박스’를 마련한 것이다.

이 목사가 베이비 박스를 만든 배경은 이랬다. 약 30년 전 이 목사 부부의 둘째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장애가 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들은 평생 버림받는 아이들을 위해 살기로 다짐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베이비박스에서 ‘새로 태어난’ 아이들을 자식처럼 보살피다가 때론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기도 했다. 6년간 그렇게 948명의 아이가 베이비 박스에서 헤어짐과 만남을 겪었다.

베이비 박스의 운영은 이렇다. 가로 70cm, 높이 60cm, 깊이 45cm 공간의 베이비박스 앞에는 ‘미혼모 아기와 장애로 태어난 아기를 유기하거나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이곳에 아이를 도저히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가게 되면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영아들은 목사에 의해 발견되고 그 후 경찰 조사 등을 거쳐 보육원으로 보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베이비박스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 졌으며 현재 한국 외에도 독일, 일본, 미국 등 20여 개국에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종락 목사가 처음 세운 뒤, 몇 곳의 교회가 동참을 시작했다.

그러나 베이비박스의 운영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린다. 먼저 버려지는 아이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며 찬성하는 입장이 있다.

반면에 베이비박스가 운영되면 아이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나 다름없고, 아이를 버리는 부모들의 죄책감마저 덜어줄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 역시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원치 않는 출산 혹은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자행되었던 영유아 유기, 그간 이 끔찍한 일이 자행되며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래서 유기되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정상적인 보호소로의 연계를 위해 베이비 박스가 만들어 진 것이다. 

한편, 베이비 박스라는 용어를 다르게 사용하는 국가도 있다. 스웨덴, 핀란드 등의 국가에서는 임신한 여성은 속옷, 젖병, 기저귀, 담요 등 신생아에게 필요한 유아용품을 정부로부터 지급받는데, 이를 베이비박스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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