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매해 예산을 책정할 때에는 그 예산을 책정하는 근거가 필요하다. 이 근거를 과거에서 찾느냐, 아니면 현재의 여러 상황을 분석, 연구해서 찾느냐에 따라서 점증주의, 합리주의로 나눌 수 있다.

점증주의는 과거 책정했던 예산을 근거로 하여 증가(혹은 감소)시키면서 예산을 측정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주의는 현재의 정보를 근거로 하여 예산을 측정한다.

합리주의에 입각한 예산 중 대표격인 예산 책정 방식으로 영기준예산제도(zero-based budgeting system)가 있다.

영기준예산제도는 이름 그대로 예산을 책정하는데 있어서 그 근거를 모두 백지화 시키고 다시 책정하는 제도다. 점증주의 같은 경우에는 예산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과거로부터의 ‘관성’이 붙기 때문에 불합리하고 비효율 적이라 줄이거나 없애야 하는 예산인데도 불구하고 예산에 그대로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다.

▲ 출처/픽사베이

하지만 영기준예산제도는 이런 부당함이 없다. 지난 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정책결정 단위로 분류한 모든 사업을 처음부터(O부터) 평가하여 그 효용성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부분들이 반복되는 불합리함을 없앨 수 있다.

또한 영기준예산제도는 예산을 편성할 때 실질적인 부분들을 모두 따져봐야 하므로 실무자들의 참여도가 높다. 이는 더욱 합리적인 평가를 할 수 있고 선택 역시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이처럼 예산을 책정 할 때 누구나 반겨야 하는 내용을 담은 합리적인 예산 제도 영기준예산제도. 하지만 우리나라도, 미국도 이 제도를 잠깐씩 맛만 보고 제대로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왜일까?

영기준예산제도는 합리성에 근거해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을 책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들은 배제하거나 도태시킨다. 이 과정에서 걸쳐지는 사무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참여자가 많은 만큼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많아진다. 과정이 많아지면 그에 드는 노력과 비용이 많아지게 되고 그만큼 시간도 많이 든다.

영기준예산제도는 매년 이런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전의 예산 편성을 참고해 필요한 만큼 가감하는 점증주의는 이런 과정을 되풀이해야 하는 불편함이나 노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작은 사업장의 경우에는 영기준예산제도를 적용 하는데에 큰 불편함이 없으나, 큰 사업장, 즉 정부 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1더하기 1의 비용이 아닌 기하급수적으로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있는 사업을 재평가 하는 것에 주력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개발 하는데 있어서 소홀 할 수 있으며 우선순위를 정할 때 수뇌부의 가치판단이 끼어들 여지가 있어 객관적이지 않을 수 도 있다. 합리적이기 위해 시행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

불합리 하더라도 그게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을 필요악이라 한다. 예산을 편성하는데 있어서 완벽하게 적재적소에 아무 낭비 없이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적은 비용과 노력을 통해 가급적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하는데 그 상황에서 나타나는 낭비를 필요악이라 할 수 있겠다.

비록 영기준예산제도가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합리성을 추구하다 나타나는 비용 등의 불합리 이지만 지금도 필요악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예산제도는 계속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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