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지윤 에디터] “너도 ‘갈색병’ 써봤니? 정말 꿀피부 될 수 있어?” 여기서 아리송한 단어 ‘갈색병’은 E 사의 스킨케어제품으로 제품명을 한글로 발음할 때 이름은 ‘26자‘나 된다.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기억하기 어려운 긴 이름 대신, 제품용기의 색상인 ’갈색‘에서 가져온 별칭 ’갈색병‘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갈색병‘은 해당 제품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갈색병’ 말고도 ‘똥퍼프’, ‘구슬파우더’, ‘보라색병’, ‘견미리팩트’ 등 어려운 제품명 대신 뇌리에 콕 박히는 별칭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런 별칭을 ‘펫네임’이라고 한다.

펫네임은 소비자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러나 팻네임이 붙은 제품의 성공을 눈여겨 본 기업들은 마케팅을 위해 전략적으로 펫네임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런 펫네임을 이용한 마케팅을 ‘펫네임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펫네임의 특징은 ‘판매자 관점’에서 본 제품의 장점 보다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다. 때문에 펫네임은 소비자가 기억하기 쉬운 제품의 디자인, 또는 특정한 기능이나 ‘특별해지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가 녹아있다. 그 예로 연예인처럼 갸름한 얼굴형을 만들어준다는 펫네임이나, 그곳에 살면 내가 ‘귀족’처럼 느껴지게 하는 아파트의 펫네임이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펫네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을까? 일단 소비자가 펫네임을 처음 들으면 “이게 무슨 제품이지?”하고 제품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나는데, 이는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 소비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제품의 애칭을 사용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친밀감과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가 친밀한 상대에게 애칭을 붙일 때 느끼는 감정과 동일한 감정을 제품에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했던가. SNS나 1인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 인터넷을 통한 ‘펫네임 입소문’은 판매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펫네임 마케팅의 한계도 존재한다. 소비자가 주도하는 펫네임 마케팅으로 인해 생산자의 의도는 무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기획 당시 의도가 사라지고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의 이미지가 변할 수 있으며, 그 흐름은 생산자도 예측할 수 없다. 더구나 출시된 지 오래된 제품에 펫네임이 붙을 때는 오랫동안 쌓아온 제품의 이미지가 아예 변할 수도 있다.

‘펫네임’은 어쩌면 더 이상 제품의 과대 광고에 속기 싫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의 효과나 특징을 담아 탄생했다. 그리고 제품 홍보 효과가 크자, 그것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이용하게 된 것이다. 즉 어쩌면 소비자 주도의 마케팅인 것이다. 이처럼 ‘펫네임 마케팅’은 변화한 소비문화의 한 면을 드러낸다. SNS 등 미디어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소비자의 역할 커졌다. 때문에 미래에는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또 어떻게 변모할지, 기업들의 연구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똑똑한 소비자, 올바른 기업으로 공생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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