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무병장수에 대한 인류의 꿈은 점차 실현되는 듯하다.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 조사 - 100세 이상 고령자조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 만 100세 이상 고령자는 3,159명으로 2010년 1,835명에 비해 무려 72.2%가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유행가에도 등장하는 ‘백세인생’은 이내 흔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인류의 기대수명 증가는 분명 반갑고 기대되는 소식이지만, 저출산의 늪에 빠져버린 상황에서 수명만이 홀로 늘어나는 것은 반길 수만은 없다. 이는 곧 사회의 고령화를 촉진하고 인구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2000년도에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코앞으로 다가온 2018년엔 고령사회(14% 이상),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 시선뉴스 '박진아의 인사이드쇼' -출산정책 편- [사진/시선뉴스DB]

고령사회와 저출산은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악재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유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부양인구 증가’, ‘인구증발’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지난 10년간 ‘출산을 장려’하고 ‘고령화를 방지’하기 위해 무려 152조원을 투입했으나 계속해서 초저출산국의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결혼을 비롯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는 점에 있다.

먼저,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기엔 청년실업과 불안한 고용 형태가 넘쳐나는 현실이다. 미혼 남녀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미온적 응답이 45%를 넘는 통계에서도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경제 한파 속에 결혼을 해야 할 청년은 ‘청년실업’에 허덕이고, 아이를 낳고 길러야할 가정은 ‘고용불안’에 떨며 결혼과 출산을 남의 이야기처럼 치부해야하는 현실인 것이다. 하루 빨리 경제가 안정되고 실효성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해법이 나와야 결혼과 출산 문제에 돌파구가 생길 것이다.

다음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안기는 사회의 상황 역시 출산을 어려운 이야기로 느끼게 한다. 때문에 아이를 낳는 것이 축복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인식을 사회전반에 심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보육환경 개선, 교육비 문제, 육아가정에 대한 배려 등등 전반에 걸친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 문제에 일말의 해답을 제시하는 도시가 있다. 바로 출산율 증가라는 실효성을 거둔 ‘해남군’이다. 해남군은 4년 연속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하며 현재 합계 출산율은 2.433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 1.205명의 두 배일 뿐 아니라 OECD국가 중 출산률 1위인 프랑스(2.1명)을 뛰어넘은 수치이다.

해남군의 출산율이 처음부터 높았던 건 아니다. 해남군도 출산율 저조로 어려움을 겪다 지난 2008년 전국 최초로 ‘출산장려팀’을 만들고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해남군은 양육보조금으로 첫째 출산 시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이상은 750만원을 파격적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지역신문과 연계해 출산 축하 광고를 게재하는 등 출산이 환영받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산모에게 필요한 쇠고기, 미역 등을 택배로 배달해줬다. 뿐만 아니라 셋째 아이부터는 건강보험료를 내줬고 난임 부부에게 1회 100만원, 2회 80만원의 시술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도입했다.

이러한 금전적 지원 뿐 아니라 아이를 낳는 것이 축하 받을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자 차차 출산율이 는 것이다. 그리고 출산율 증가는 곧 해남군의 지역 경제도 덩달아 살아나게 만들었고 일본·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해남군의 출산장려대책을 벤치마킹하게 만들었다. 우리도 해남군의 출산율 증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인생 100세 시대, 물론 반갑고 축복할 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안은 ‘백세인생 시대’는 또 다른 사회문제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저출산에 대한 효과적인 처방으로 마음 놓고 백세인생의 기쁨을 누리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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