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무언가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 ‘덕후’.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취미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 즐기는 사람 또는 단순 마니아를 넘어선 그 분야의 전문가’ 라는 긍정적 의미로 변하면서 대중적으로 넓게 통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피규어’가 있다.

‘피규어’란 영화나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축소한 인형을 말하며, 실제 모습처럼 정교하게 재현되어 좋아하는 캐릭터나 인물을 수집할 수 있다. 피규어는 표정이나 관절을 움직일 수 있어 원하는 포즈로 설정이 가능한 액션 피규어, 신체 비율을 일정 크기로 줄여서 제작한 스케일 피규어, 신체의 일부를 크게 강조하거나 축소해 캐릭터를 강조한 NON-스케일 피규어 등 크기부터 특징까지 굉장히 다양하다.

 

그런데 이러한 피규어가 이제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새로운 경제 동력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기몰이가 예상되는 피규어를 해외 직구 혹은 예약 구매를 통해 저렴한 값에 구매하고, 가격이 높게 뛰었을 때 판매하면서 재테크에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는데, 실제 10~12만 원 대의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우리나라에 공식 수입된 뒤 25만원까지 치솟은 사례를 볼 수 있기도 하다.

또한 피규어는 개인에게 경제적 이득을 줄 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소득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으로 공장이 무너진 반쿄 제약회사가 2014년 2월에 터를 잡은 다키마을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마을이 됐다. 반쿄제약의 마쓰우라 노부오 대표는 이 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자신의 취미인 피규어 수집을 살려 공장 한편에 피규어 박물관을 만들었다. 무려 1만점이 넘는 피규어가 전시되어 있고, 전용 스튜디오에서 만화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후 피규어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 박물관을 만든 이후 해마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키 마을까지 찾아와 이 지역의 특산물을 홍보하고, 지역 공동체의 경제까지 살아나는 효과를 얻게 됐다.

하지만 이처럼 늘어가는 피규어에 대한 관심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피규어 업체 연락두절, 사기, 배송·환불 피해 등 사례 키덜트 상품과 관련된 문제가 2013년에 136건이었지만 2015년에는 327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피규어 상품을 특가예약으로 배송 받을 수 있다고 사람들을 속여 1655명의 사람들에게 17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사람이 구속되기도 했다.

각박해지는 삶 속에서 어린 시절 감성으로 돌아가 정서적 안정을 찾고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며 성장하는 ‘키덜트’ 시장. 한국 콘텐츠 진흥원은 국내 키덜트 시장은 지난해만 5000억 원 규모였고, 올해도 10~20%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피규어는 개인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사회적으로 경제 분야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피규어, 수요를 악용하는 사례 없이 침체된 경제 상황을 조금 더 활발하게 해줄 수 있는 시장으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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