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지난 17일 영동고속도로에서는 ‘대형 버스’가 그야말로 흉기로 변했다. 이날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비틀거리던 버스는 결국 무방비 상태의 자동차를 뒤에서 들이받는 5중 추돌 사고를 냈고,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날 끔찍한 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거듭 강조되어 오는 ‘졸음운전’ 이었다. 사고 후 운전자는 조사에서 졸음운전을 부인했지만 다른 차들의 블랙박스 영상이 속속 공개되었고, 영상에는 비틀거리며 주행하는 위태로운 버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영동고속도로 5중 추돌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영상 캡처]

결정적인 영상들에 압박을 받은 버스 운전기사 B씨는 결국 “사고가 나기 전 7~9㎞ 지점부터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져 잠을 깨려고 노력했지만 사고 직전까지 멍한 상태였다”라며 졸음운전을 시인했다. 그리고 방 씨는 전날 숙박시설이 아닌 해당 버스에서 쪽잠을 잔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운전자 B씨에게 합당한 처벌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B씨의 졸음운전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전세 버스 업계의 과도한 경쟁으로 무리한 배차 구조가 지적되고 있다. 한 전세버스 운전자는 “먼 장거리를 하루 두세 번 왔다 갔다 하는 건 기본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업계는 과도한 운임경쟁 탓에 일감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운전자를 배려한 배차가 힘들다고 항변한다. 그리고 업계 상황 상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운전자는 과중한 업무를 마다할 수 없다. 이러다보니 안전거리 미확보, 졸음운전 등 안전문제의 여지가 많다.

두 번째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영동고속도로의 구조적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과 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에 따르면 영동고속도로 도내 구간의 졸음쉼터는 3개(편도 기준)가 전부로 졸음쉼터 간 평균거리는 ‘33㎞’에 달한다. 휴게소를 합하더라고 평균 ‘15분’ 가까이 달려야 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졸음운전이라는 위험한 상황에서 15분이란 시간은 아마 15시간과도 같을 것이다.

영동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중앙고속도로 (졸음쉼터 4개, 평균거리 28.7㎞)와 춘천(동홍천)~서울 고속도로 (졸음쉼터 서울 방면으로 단 하나) 역시 졸음쉼터간 거리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봐도 긴 편이라 언제든 유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졸음운전은 누누이 강조되지만 정말 위험하다. 음주운전만큼이나 운전능력을 떨어뜨려 치사율이 일반사고의 3~4배에 달하는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운전자 스스로 졸음운전의 위험을 인식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졸음운전을 감행하게 하는 구조도 개선되어야 확실하게 졸음운전을 도로에서 추방할 수 있을 것이다.

차동차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언제든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한다. 졸음운전을 비롯한 여러 위험해서 벗어나기 위해 운전자를 비롯한 사회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한 때이다.

참고로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수칙으로 차량 내부 환기, 근육이완 스트레칭, 1~2시간 운전 후 휴식, 15~30분 이내의 토막잠 자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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