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영화 <셀 : 인류 최후의 날>은 휴대폰 전파로 인해 인류의 뇌가 포맷돼 순식간에 좀비로 변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전파로 인해 사람이 좀비가 된다는 것은 다소 비현실적인 발상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실제로 스마트폰으로 인해 좀비처럼 걷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 ‘스몸비족’이라고 부른다.

스몸비족은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쳐다보느라 앞을 보지 않고 걷는 사람들을 말한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것이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교통안전공단의 조사결과 스마트폰을 보면서 보행하는 경우 평소보다 사고를 당할 위험이 76%나 증가한다고 한다. 주의집중이 스마트폰에 되어 있기 때문에 감각들이 주변의 위험상황을 감지할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여기다 이어폰까지 꽂게 된다면 보행자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 출처 / 픽사베이

스몸비족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교통안전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 보행 중 스마트폰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총 437건이었지만 5년이 지난 2014년에는 1111건으로 2.5배가량 증가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스몸비족 사고는 심각하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미국 샌디에고에서 한 30대 남성이 스마트폰을 보다가 절벽에서 추락했고, 중국에서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던 여성이 강에 빠져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스몸비족으로 인해 보행자들의 위험이 증가하고, 이런 보행자들로 인해 운전자들의 안전까지 위협받자 보행자와 운전자 간의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고들이 증가하자 각국에서는 스몸비족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들을 마련하고 있다. 홍콩은 도로에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경고판을 설치하고, 스웨덴 또한 스톡홀롬 시내 도로에 비슷한 내용의 경고문을 설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 6월 16일부터 스마트폰 주요 사용자층인 10~30대 보행자가 많고 교통사고가 잦은 서울 마포구 홍대를 비롯한 5개 지역에 스마트폰 사용 위험을 인지시키는 교통안전표지와 보도부착물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경고문 설치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제도를 만드는 곳도 있다. 미국 뉴저지 하원의원인 파멜라 렘핏은 보행자가 보행과 동시에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만일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위반 시에는 50달러의 벌금이나 15일의 구금, 혹은 둘 다 처해질 수 있다. 또한 뉴저지는 현재도 도로를 건너면서 문자를 보낼 경우 벌금 85달러를 물리고 있다고 한다.

스몸비족이 이처럼 사회문제로 대두되게 된 것은 ‘문화지체현상’의 일종이다. 문명, 문화의 발전 속도에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새롭게 바뀐 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신뿐만 아니라 길거리의 안전을 위해서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가 스몸비족을 강제적으로 처벌하려하기 보다, 이들의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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