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이승재 인턴/디자인 이정선 pro] ‘로비’란 특수한 이익집단이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일정한 대상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기술과 자원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미국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의회나 관청 로비에서 서성대는 것에서 ‘로비’라는 말이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로비, 로비스트라는 말이 유명하게 된 것은 ‘린다 김 사건’ 때문이다. 1995~7년 미국에서 무기 중개업자로 활동하던 린다 김은 각종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통신 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업에서 납품 업체 선정과 관련해 군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고 2급 군사 비밀 6건을 빼낸 적이 있었다. 이 때 언론은 린다 김 불법비리 연루자들을 ‘로비스트’ 혹은 ‘브로커’라고 지칭하면서 ‘로비’는 부정비리와 연관된 단어로 인식되게 됐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로비는 법적으로 불법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로비 행위를 합법화하되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었다. 미국의 경우 로비를 헌법에 보장된 ‘청원권’ 행사의 일종으로 인식하며 1995년 ‘로비 활동법’을 제정해 로비 활동의 투명성을 보장했다. 또 캐나다의 경우 1998년 로비스트 등록을 법제화해 불법로비활동 예방에 주력하며, 독일은 연방의회에 로비스트들을 등록하게 해 매년 로비스트의 성명과 직위 등을 보고하게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처럼 로비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도화하자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2015년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 법이 통과되면서 로비 활동이 오히려 더 음지화되고, 불법적인 로비가 많아질 것을 우려해 로비 활동을 제도화할 ‘로비스트법’ 제정을 주장하는 것이다. 로비스트법이 통과되고 나면 로비스트 등록 및 로비 활동 관련 정보 공개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정책 결정 및 입법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로비 활동을 제도화하자는 노력은 과거에서부터 있었다. 1993년 국회 제도개선위원회는 로비 행위의 양지화를 주장했고, 2006년에는 김중위 신한국당 의원이 미국 로비스트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또 2000년에는 참여연대가 로비활동 공개법을 제정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비스트법에 찬성하는 이들은 로비의 투명성 강화와 제도화는 시민들의 입법 활동 참여를 보장하며, 특정 단체에 집중된 권한을 분리할 수 있고, 공적 영역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청원권을 보장해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로비 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면서 기업들의 불법적인 로비 행위를 감시하고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고주의와 정실주의가 남아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오히려 부패를 조장할 수 있고, 철저한 감독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더 많은 브로커를 양성화할 수 있다는 반대쪽의 의견들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결국 로비스트 법안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게 맞물리면서 로비스트법은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아직도 로비스트법에 대한 찬반 논란이 팽팽하지만 국회에서는 어느 정도 공통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입법 정보 전달과 의견 교환 측면에서 로비스트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로비스트의 전문성과 청렴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더불어 민주당은 그동안 검찰의 ‘입법로비’에 대한 표적 수사에 불만을 품고 있었고, 로비 양성화를 통해 오히려 로비 수사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자고 주장한다.

‘로비’. 지금까지 로비는 기득권 세력이 자본력과 권력을 동원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활동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로비라는 것은 꼭 기득권 세력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각종 권력기관과 단체에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로비 활동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더 발전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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