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4일 새로운 국가브랜드 슬로건으로 ‘Creative Korea’를 발표했다. 국가의 슬로건에도 Creative(창의)라는 말이 들어갈 만큼, 현 시대에서 새로운 것 혹은 색다른 발상을 떠올리는 창의성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성장의 속도가 현저히 줄어든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것은 곧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상상력을 펼치며 창의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었다. 한 심리학자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생각나는 대로 마음껏 외계인을 그려보라고 지시했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의 그림을 비교해봤을 때 외계인의 눈이나 입은 우리가 알고 있고 있는 눈과 입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 출처 / 픽사베이

이는 즉 사람들은 인지적 에너지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어떤 것을 떠올릴 때 가장 익숙한 것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고, 그러한 것들이 작품이나 작업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준 결과이다. 이처럼 우리가 어떤 것을 떠올릴 때 첫 단계에서 반사적으로 전형적인 것을 떠올리게 되는 것을 ‘초안 충동’이라고 한다. 다시 말 해 초안 충동이 우리의 창의력을 막게 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안 충동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초안 충동’을 벗어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째 약간의 제약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위의 실험을 하고 난 후에 사람들에게 다시 외계인을 그려보라는 주문을 했다. 대신 아까와는 달리 ‘날 수 있고’와 ‘비닐이 가진’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놀랍게도 이 실험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독창적인 그림들이 나왔다. 날 수 있는 것과 비닐이 있는 것이라는 낯선 조합으로는 곧바로 떠오르는 틀에 박힌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초안 충동이 일어나지 않았고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난 아이디어들이 나온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떠한 제약도 없을 때 상상력의 범위가 무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첫 번째 생각 버리기’, ‘낯선 것끼리 조합하기’ 등의 제약이 있을 때 오히려 더 창의적인 것을 생각해낼 수 있다.

초안에서 벗어나는 두 번째 방법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대표작 <니모를 찾아서>와 <월-E>를 만든 앤드루 스탠턴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가능한 빨리 틀리는 것’이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처음 떠오른 생각들뿐만 아니라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빨리빨리 버리다 보면 새롭고 신선한 것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에드윈 캐트멀 또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을 실망에서 괜찮음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같은 ‘초안충동’을 버리는 일은 근본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시간에 쫓기다보면 낯선 것들을 조합할 수 있는 시도조차도, 실패를 딛고 일어날 수 있는 힘도 부족해진다. 지금 당장의 성적에, 눈앞에 놓인 실적에 급급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밤을 새며 글자를 외우는 학생들과 업무 실적 쌓기 바쁜 직장인들이 있는 사회에서는 더 이상의 창의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한민국이 더욱더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 사회를 짊어지고 나아갈 사람들에게 초안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새롭게 발표한 국가브랜드 슬로건 Creative Korea가 실현될 수 있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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