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 의원이 한 라디오에 나와서 화폐 단위에 대한 개혁을 주장했다. 화폐단위가 너무 커져서 앞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한 지난 9월에는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 역시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화폐단위가 높다는 논의가 있다고 언급하며 화폐 단위 조정에 대한 언급을 했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화폐 단위를 조정하는 것을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라고 한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단위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화폐의 가치는 변동이 없지만 모든 은행권 및 지폐의 액면을 1000:1 혹은 100:1의 비율로 조정하거나 이와 함께 새로운 통화 단위로 화폐의 호칭을 변경하는 것이다. 이처럼 화폐단위를 바꾸게 되면 원화의 대외가치를 높이고, 회계장부를 작성할 때 많은 숫자를 적지 않아도 돼 훨씬 수월하게 기입할 수 있다. 또한 거래에 있어서도 계산이 훨씬 간단해 진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쉬운 예로 카페에서 3500원짜리 커피를 3.5로 표시해놓은 것이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리디노미네이션’이라 할 수 있다.

▲ 출처 / 픽사베이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두 차례의 리디노미네이션을 진행한 적이 있다. 1953년 7월 화폐단위를 원에서 환으로 변경하면서 통화단위를 100분의 1로 조정했고, 1962년 6월 화폐 호칭을 다시 환에서 원으로 변경하면서 통화단위를 10분의 1로 조정했다. 이처럼 44년 전 실시했던 리디노미네이션이 최근 들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의 화폐 단위가 굉장히 큰 규모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참고로 44년 전에 비해 국내총생산은 약 4200배, 1인당 국민소득은 3000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이 물가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은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예를들어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하면 900원짜리 물건이 0.9원이 되고, 편의상 1원으로 계산하는 우수리 절상 현상이 나타나면서 물가가 오르게 되는 것이다. 즉 저물가 지속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하게 되면 금융시스템의 교체, 새로운 화폐 발행, 신권 교체과정에서의 경제 주체들의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내수촉진도 이뤄진다는 기대 때문에 금융당국은 리디노미네이션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높은 사회적 비용이 뒤따르고, 이런 지출로 인해서 사회에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은 줄어든 화폐단위로 인해 화폐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부동산이나 금과 같은 실물자산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화폐시장과 실물시장의 괴리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실물 경기의 거품 형성은 화폐 시장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북한과 짐바브웨의 경우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한 후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시장 불안으로 인해 오히려 역효과를 보기도 했다.

때문에 이러한 리디노미네이션이 가져올 역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화폐 단위 변경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줄이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개혁을 진행함으로써 급격한 인플레이션 발생을 막아야 한다. 좋은 예로 프랑스의 경우 1960년에 리디노미네이션을 진행하면서 교환 기간에 대한 종료일을 정하지 않았고, 강제교환, 강제 예입, 예금 봉쇄 등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사회적 불안감을 줄여나갔다. 이처럼 국민 자산이 훼손되지 않게 조치하면서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 냈고 1962년 마침내 신·구권의 교환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장단점이 강조되면서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입장은 앞으로도 나뉠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쪼록 시행된다고 한다면 외국의 시행착오 과정들을 살피고 성공한 사례를 본받아 시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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