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정유현] 재판에 회부된 한 남성 A씨가 있다. A씨가 재판에 회부된 이유는 이렇다.

어느날 A씨가 차를 몰다가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쓰레기 청소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는데, 사고 당시 피고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측정되지 않았지만 술에 취해 운전했을 것이라는 증거에 따라 재판에 회부됐다. 왜냐하면 A씨가 사고가 나기 전 한 파티에서 보인 다음과 같은 행동에 대한 설명이 증언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1) A씨는 밖으로 나가는 길에 음식 테이블 앞에서 비틀거리다가 접시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2) A씨가 밖으로 나가는 길에 음식 테이블 앞에서 비틀거리다가 과카몰리 소스 접시를 바닥에 떨어뜨려, 붉은 소스가 흰색 섀기카펫 위에 쏟아졌다.

사실 이 두 증언은 왠지 A씨가 술을 마신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 말 해 이 두 증언만으로 그가 음주했다는 혐의를 받아서는 안 된다. A씨가 접시를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나 음식을 바닥에 쏟은 사실은 실제 음주 가능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탠퍼드 대학교 인지심리학자 고든 바우어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위의 증언을 들려주자 사람들은 A씨가 유죄라고 믿는 경향이 더 강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 이유를 사람들이 ‘가용성 편향’에 빠졌기 때문으로 봤다.

 

가용성 편향이란 개인적 경험이나 사례 등 기억 속 친숙함을 토대로 사건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인간의 경향을 뜻한다. 자주 보거나 자주 들은 것들을 근거로 하여 결론을 내려버리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용성 편향은 최근 언론의 힘이 커질수록 사람들이 더욱 잘 빠질 수 있는 오류이다. 미디어가 특정 사건에 대해 크게 보도하다보면 사람들은 가용성 편향에 빠져 마치 언론이 보도하는 모든 것들을 흔하고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경우, 사건의 경위가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여성 혐오에 의한 사건’이라고 단정하고 여성 대 남성 이라는 성별 싸움으로 번질 뻔 했다. 언론이 ‘여성 혐오’라는 부분을 확대 보도하고 집중 취재한 것이 사람들을 가용성 편향에 빠지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가용성 편향은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데 있어서 큰 장애가 된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 대해 판단을 할 때에는 자신이 가용성 편향에 혹시 빠지지는 않았는지 주의하고 선별해 정보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더욱 크게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지만,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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