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기자] 지난 달 19일 망망대해에서 빚어진 참사가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바로 원양어선에서 빚어진 참사로, 참치 잡이 원양어선 '광현 803호'에서 베트남 선원 B(32)씨와 V(32)씨가 선장과 기관장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었다.

원양어선은 본토의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즉 원양(뭍에서 멀리 떨어진 큰 바다)으로 나가 어업에 종사하는 어선을 말한다. 원양어선의 특징은 먼 바다의 거센 파도를 잘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또한 배 안에서 잡은 어획물을 운반하고 곧바로 냉동·냉장·가공 등의 처리를 하기 때문에 각종 위험한 기계장치들이 많이 있다.

원양어선에는 대형어선, 냉장·냉동·가공설비, 우수한 항해계기 등의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따라서 활발한 원양어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커야 하고 기반 산업이 매우 발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 일본, 스페인, 독일, 폴란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은 세계 우수의 원양 어업국으로서 굉장히 발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원양어선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고된 환경에서 일하는 원양어선 선원들은 기후를 비롯한 각종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선원들 간의 갈등이다. 이러한 갈등은 원양어선 내에 즐비한 각종 어구들이 언제든 흉기로 돌변할 수 있어 자칫 ‘보복성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원양어선은 조업과정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커 욕설과 폭언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원양어선에는 외국인 선원들이 많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로 인한 소통의 답답함에 상급의 선원들이 외국인 선원에게 욕설을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선원들이 우리나라 말은 몰라도 욕은 잘 안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달 발생한 '광현 803호'사건을 비롯해 20년 전 발생한 ‘페스카마호 사건’ 역시 국내는 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며 원양어선에서의 소통문제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페스카마호 사건은 당시 열악한 작업조건과 강제 하선에 반발한 중국 교포 선원 6명이 한국인 선원 7명을 포함한 11명을 무참하게 살해해, 시신 일부는 바다에 버리고 외국인 선원 4명을 냉동 창고에 가둬 동사시킨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또한 이번 '광현 803호'사건 역시 해경의 수사 과정에서 베트남 국적 가해자 두 명이 “평소 일이 서툴고 작업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선장과 기관장으로부터 잦은 욕설을 듣고 구박을 당해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진술하며 선원들 간의 갈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3년 6개월간 외국인 선원에 의해 발생한 선상 범죄는 67건에 달했다. 정부는 사고 재발을 막으려고 외국인 선원 복지 수준과 교육 강화, 고정급 외에 성과급 지급 등의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원양어선의 열악한 환경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고립된 공간인 원양어선 내에서 상급 선원과 하급 선원과의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을 제때 풀지 못하면 선상살인과 같은 강력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당국의 세심한 관리 및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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