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기자] 2009년 9월 6일 새벽, 임진강 유역에서 야영하던 관광객 6명이 갑작스럽게 불어난 강물에 사망했다. 폭우나 기상 이변 때문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북한이 ‘황강댐’의 많은 물을 아무런 통보 없이 무단 방류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의 황강댐은 우리 측 임진강 줄기와 연결되어 있는 댐으로 휴전선으로부터 42.3km 떨어져 있다. 황강댐의 저수량은 3억5000만t가량인데, 황강댐에서 초당 500t의 물을 방류할 경우 그 어마어마한 양의 물은 8시간 만에 남측 ‘필승교’에 도착한다. 즉 북한이 황강댐의 물을 사전 통보 없이 방류한다면 우리는 물 폭탄을 맞는 것과 다름없다.

▲ 이 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이러한 이유로 2009년 당시, 갑작스럽게 불어난 강물에 임진강에서 야영을 즐기던 야영객에게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이 있은 후 남북은 2009년 10월 임진강 인근 주민들과 관광객의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북한이 황강댐 방류 시 사전에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북측 지역엔 임진강 수위를 관측하는 시설이 없기 때문에 이 ‘합의’는 갑작스러운 수위 증가를 막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지난 6일 오전 10시40분쯤, 임진강변은 또 다시 수위가 급격하게 불어났다. 이에 따라 강가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고 대피방송이 나오는 등 긴장감에 휩싸였다. 북한이 이날 오전 6시 또다시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을 방류했고, 이를 확인한 군 당국이 한국수자원공사와 연천군에 통보해 조치가 이루어진 것이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군남댐(2010년 황강댐 방류에 대비해 건설, 홍수조절용)’의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할 수 있었고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의 무단 방류를 수위조절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뻔히 남측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아무런 통보 없이 방류한 북한의 의도가 괘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측의 인명피해 후 ‘사전 통보’를 약속했는데도 말이다. 비단 어제 뿐만 아니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 북한의 무단 방류로 임진강 하류의 그물 등이 유실되는 등 우리 어민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군 당국이 무인정찰기와 아리랑 위성 등 인공위성을 통해 ‘황강댐’의 수위와 수문 개방 여부를 수시로 파악하고 있지만, 북한의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에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 만약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많은 비로 우리 측의 수위도 높은 상황에서 북한의 무단 방류가 가해진다면 임진강 유역의 피해 발생은 불 보듯 뻔한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연시 되어야 할 북한의 황강댐 방류 ‘사전 통보’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군사적 도발처럼 감시를 통해 막아지고 있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같은 동포임을 증명하듯 남과 북을 함께 흐르는 ‘임진강’에서, 다분히 의도적인 ‘물 폭탄’이 또 다른 남북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음에 안타깝기만 하다.

지속적으로 자행되는 북한의 또 다른 도발인 ‘황강댐 물폭탄’에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더 나아가 그들의 손에 맡기는 것이 아닌 확실한 방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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