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유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많이 기다리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트레일러다. 어떤 영화의 트레일러가 공개됐다고 하면 큰 화제가 되고는 하는데 왜 영화에 트레일러라는 단어를 쓰는걸까?

트레일러(Trailer)는 Trail, ‘끌다’라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으로 Trailer라 하면 끌려가는 것 혹은 추적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의미에서 파생되어 사람들은 컨테이너 박스 등을 싣고 트럭 뒤에 끌려가는 차를 트레일러라 부르기 시작했다. 즉,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는 트레일러라고 하면 1종 특수면허가 필요한 운송기관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 출처/ 아가씨 캡처

그런데 영화가 만들어진 초창기인 1910-20년대에 장사꾼들은 영화에 광고를 끼워 넣어 판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1913년 최초의 영화 예고편이 미국의 극장가에서 상영됐다. 하지만 이 당시만 하더라도 영화 예고편은 영화 시작 전이 아닌 본편이 끝난 후에 나왔는데, 사람들은 본 영화 뒤에 나오는 이 예고편이 마치 끌려 다니는 차 트레일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예고편을 트레일러라 명명했다.

초창기의 트레일러는 시각위주보다는 텍스트 위주로,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자세히 소개하는 문구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더욱이 1920년대의 트레일러는 내레이션이 위주였는데 본편이 끝나고 나서 나오는 내레이션과 텍스트 위주의 트레일러는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느끼게 했다.

이에 많은 관객들이 트레일러를 보지 않고 자리를 떠나자, 1930년대에 트레일러는 영화 본편 앞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1960년대 이후에 이르러서 오늘 날처럼 중요장면을 짧게 편집해서 감각적으로 주제를 보여주는 식의 트레일러, 즉 예고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화물차가 영화 예고편을 뜻하는 트레일러가 된 지는 100여년 정도 됐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영화계에서도 영화의 예고편인 트레일러를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인데, 이에 트레일러로 상을 주는 시상식도 있다. 바로 미국에서 열리는 ‘골든 트레일러 어워즈’라는 시상식이다. 1999년에부터 시작된 이 시상식에서는 매년 영화 예고편, 포스터, 텔레비전 광고 등 우수작품을 선정하고 시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짧은 동영상을 무리 없이 볼 수 있게 된 2000년 이후부터 해서 예고편이 트레일러로 통용되기 시작했는데, 트레일러란 말이 통용된 만큼 현재 우리나라 트레일러의 질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영화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요즘, 조만간 우리나라 트레일러가 ‘골든 트레일러 어워즈’에서 수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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