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혼자 밥 먹는 것이 부끄러워 화장실에서 몰래 숨어 밥을 먹는 ‘변소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다.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친구가 없는 것, 혹은 조직이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혼자’는 부끄러운 것이 아닌 게 됐다. 대학교에서는 ‘자발적 아웃사이더’, ‘솔플(솔로플레이)’ 등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신조어들이 생겨날 만큼 20대들은 더 이상 ‘혼자’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20대들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보다 혼자서 무언가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정도가 혼자 보내는 시간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끼는가 하면, 응답자의 25%는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20대들은 인간관계에서 무의미함을 느끼며 혼자 지내는 혼자 지내는 것에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20대가 관계에서 권태로움을 느끼는 감정라고 해서 ‘관태기’라고 부른다.

▲ 출처 / 픽사베이

관태기를 느끼는 20대들은 인맥의 유지나 관리에 피로감이나 회의감을 느끼며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도 부담감을 느낀다. 실제 자신의 연락처에 저장되어 있는 지인 중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지인의 비율은 10%도 되지 않지만, ‘이정도면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충분하다.’라고 대답한 비율은 절반에 가깝게 나타났다. 또 절반 이상이 처음 만나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자리를 피한 적이 있고, 이런 대답은 대학교 고학년, 직장인에게서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또 SNS의 활성화는 이러한 관태기를 더욱 심화시키기도 한다. SNS를 통해 온라인 익명 서비스 등을 자주 활용하게 되면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황들은 20대들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필요성을 줄어들게 했다. 실제 20대의 4명 중 1명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20대의 40% 이상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고민해결이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익명의 사람들은 다시 만날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자신의 고민을 쉽게 털어놓고, 그들과 힘들여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20대들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된 것은 이들의 삶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20대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 남들보다 더 높은 학점, 더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고군분투해야 하고, 값비싼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렇게 노력한다하더라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20대들의 삶에는 여유가 사라졌고,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고, 친해지는 과정에 들여야 하는 노력과 비용을 아깝게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人間)'이라는 말을 풀어보면 사람 ‘인’과 사이 ’간‘을 쓰고 있다. 인간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20대들은 관계에 회의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혼자 두려고 한다. 본인을 혼자 두어야만 여유를 찾을 수 있는 20대들이 나중에 사회에 진출하고 이 사회를 이끄는 주축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사회가 될까.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서툴고, 혼자서 하는 것을 편하게 여기는 문화로 인해 공동체 내 갈등과 사회문제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더 이상 20대들이 관계에 권태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챙겨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런 환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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