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유현]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의 배경이 된 소록도. 소록도는 일제강점기 때 한센병에 걸린 환자들이 격리되었던 공간이다. 이 소록도에 있는 국립소록도병원이 지난 5월 17일 개원 100주년을 맞아 한센병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이번에 개관한 박물관을 통해 사회와 사람들로부터 철저히 격리당하고 살았던 서글픈 한센병 환자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약 일주일 전인 6월 20일에는 한센병 환자들의 인권유린과 관련된 특별재판이 열리면서 참혹했던 과거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센병 환자들은 1935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폭행과 감금은 물론 병이 전파되는 것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면허도 없는 의사로부터 단종 및 낙태수술까지 당했다고 한다. 도대체 이들이 걸린 한센병이란 어떤 병이길래 이런 취급을 받아야 했던 것일까?

▲ 출처/ 위키미디

한센병은 1873년 노르웨이 의사인 한센이 발견한 병으로 흔히 ‘나병’ 혹은 ‘문둥병’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한센병은 한센간균(혹은 나균)이 피부나 신경계, 뼈, 근육, 안구 등을 침범해서 발생하게 되는데, 아직까지 전파경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보통은 장기간 환자들과 긴밀한 접촉을 한 사람들이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데, 한센병에 걸리면 피부의 지각이 없어지고, 땀이 나지 않고 털이 빠지며 피부가 썩어 들어가는 증상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센병이 전염력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져 환자들을 소록도에 격리해서 관리했지만, 사실 전 세계 인구의 95%가 한센병에 자연저항력을 가지고 있고 설사 나균이 체내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쉽게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막연히 격리하는 것은 좋은 관리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적인 접촉이나 임신을 통해서 감염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한센병에 걸린 환자들이 임신을 한다고 해서 자녀들 또한 한센병이 걸릴 확률은 극히 낮다고 밝혀졌다.

실제로 현재 소록도에 한센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9명으로 나머지 한센인은 모두 완치된 과거의 환자라고 하는데, 발전된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한센병이 발생된다고 하더라도 초기에만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또 치료를 받고 있거나 완치 후 후유증만 있는 사람은 전혀 전염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혀졌다.

하지만 한센병에 대한 이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제강점기 때부터 격리당한 한센병 환자들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 아픔과 상처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고 있다. 현재 9명을 제외한 사람들이 다 완치가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소록도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와 사회의 잘못된 지식과 편견으로 인해 소록도에서 갇혀 지내야만 했던 한센병 환자들. 이번 박물관 개관과 특별재판을 계기로 우리사회의 한센병과 소록도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어 이들의 아픔이 가시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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