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논리에 따라 경제를 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신자유주의 체제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 작동 원리가 올바르게 돌아가야 한다. 상호 간 경쟁을 통해서 더 경쟁력 있는 회사가 살아남고, 그로 인해 사회는 더 발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러한 시장 작동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대기업은 하청업체 선정을 경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계열사, 혹은 자회사에 일을 몰아주며 시장 경쟁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그리고 내부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은 다시 고스란히 대기업이 가져가게 됐다.

 

대기업들이 이러한 관행을 통해 부를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일감 몰아주기 과세’다. 2012년에 도입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법안은 대규모 기업 집단의 최대 주주 일가가 기업 내 특정 계열사를 3%이상 소유하고 있고, 그 계열사가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30%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면 3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 과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대기업이 부를 독식하는 것을 막는 것 이외에도 일감을 받는 기업 이외의 다른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대기업과 같은 거대 자본이 내부 자본을 이용해 계열사 내부 거래 혹은 지원을 할 경우, 대기업 외부의 중소기업은 일감을 구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 경영에 있어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특정 기업의 자금이 내부에서만 돌게 된다면 중소기업 생태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또 내부 거래가 늘어날 경우 내부 계열사보다 경쟁력 있는 회사들이 도태되면서 산업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일감 몰아주기 법안이 내부 거래 비율을 과세의 기준으로 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또 다른 이유는 탈세를 막기 위함이다. 재벌 집단의 재산 상속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는 탈세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최대 주주가 자녀 등이 주주인 법인에 일감을 몰아주게 되면 일감을 받은 법인은 매출이 발생하고 영업이익이 증가해 주식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을 이용해 재벌들은 자녀의 재산을 늘려주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재산 상속이지만 일감 몰아주기 과세 관련 법안이 없던 시절에는 이익에 대한 법인세만 부과할 수 있었고,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일감 몰아주거 법안에서는 법인의 영업 이익 중 일감 몰아주기로 받은 부분은 지배 주주 등이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과세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을 야기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해 과세 법안이 통과됐지만, 일부 대기업들은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 간 인수합병을 통해 주주들의 지분율을 낮추고,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또한 규제를 벗어날 정도로만 지배주주의 주식을 팔아 지분율을 낮추거나, 규제 시행 전 지분을 모두 매각한 후 그 지분을 매각한 자회사를 다시 합병하는 방식으로도 과세를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직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는 단어 ‘재벌’. 일부 대기업들의 옳지 못한 행동들이 우리의 경제 활성화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며, 대기업의 부 독식을 막기위해 시행되고 있는 법안들이 제대로 이용되고 있는지 등에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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