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유현] ‘수상록’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 그가 쓴 ‘수상록’이란 책은 자기 자신의 비판과 고찰을 가한 감상문 형식의 글이다. 많은 평론가들은 작가 몽테뉴가 ‘수상록’이란 명작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로, 몽테뉴가 ‘치타델레’에서 은거하며 철저한 사색과 성찰을 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치타델레(Zitadelle)란 몽테뉴가 37살까지 고등법원 법관직을 하며 공직 생활을 하고 이듬해인 38살이 되던 해 1,000여권의 책을 들고 방문한 ‘몽테뉴 성 안의 작은 탑’을 가리킨다. 그는 이곳을 서재로 만들어 명상의 공간으로 만든 뒤 10년 동안 이 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 실제 '치타델레 성'의 모습. [출처/위키미디아]

“나는 지식을 쌓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책은 나를 성찰하게 한다”라고 말했다는 몽테뉴는 자기 자신의 깊은 부분을 관찰하기 위해 치타델레에 가 혼자가 되길 자청한 것이다. 몽테뉴의 이 이야기를 통해 후대 사람들은 치타델레를 단순히 성탑을 가리키는 지명을 넘어 ‘고독과 외로움’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몽테뉴처럼 자신만의 ‘치타델레’를 찾는 이들이 우리 한국사회에서 점점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의 27.1%가 1인 가구였는데 이는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어드는 수치로, 2000년 200만 가구였던 데 비해선 15년 만에 2.5배 넘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바야흐로 나만의 치타델레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500만에 가까워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나홀로족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변화했다. 인터넷 사이트 알바천국이 취업검색엔진 잡서치와 공동으로 진행한 ‘나홀로족 의식 조사’에 따르면, 나홀로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느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는 대답을 한 사람이 45.3%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또 29.5%는 ‘방해 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라고 대답해 70%이상이 나홀로족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남이 없으면 안 되는’, 집단주의 문화권에 살던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변화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결과다.

그래선지 최근에는 MBC의 ‘나 혼자 산다’처럼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뜻의 ‘혼밥족’이란 신조어가 나타나고, 식품업체에서 혼자서 먹을 수 있는 밥과 디저트 음식을 많이 출시하는 등 사회적으로 치타델레에 머무는 이들의 라이프가 집중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렇게 사람들이 치타델레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사회적인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2016년 6월 현재 청년 실업률이 4개월 연속 20만 명대에 머물려 사상 최대 수치를 기록하고 30대 초반의 미혼률이 10년 사이에 3배가 증가하는 등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연령대가 계속 높아지면서, 자의든 타의든 치타델레에 계속 머물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의 사례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계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신만의 치타델레에 갇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나태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신만의 성찰과 개인적 공간에 대한 시간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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