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독자들은 소설 속에 몰입하는 순간 그 책 속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된다. 특히 추리 소설의 경우, 독자는 사건의 발생과 함께 범인이 누굴까 하는 궁금증으로 또 한명의 탐정이 되어 사건을 함께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속속 드러나는 증거들,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추리 소설을 읽다보면 정말 시간가는 지 모르고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추리소설의 대가에는 누가 있고, 그들의 대표작품은 무엇이 있을까?

1. 코난 도일

▲ 출처 / 위키피디아

‘셜록 홈즈’는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대표적인 추리 소설이다. 이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작가가 바로 ‘아서 코난 도일’이다. 에든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코난 도일은 의사 일을 하면서 작가 일을 병행했다. 1887년 셜록 홈즈가 처음 등장하는 ‘주홍색 연구’를 발표했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1890년 두 번째 작품인 ‘네 사람의 서명’으로 큰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고, 그 이후로 작가의 길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홈즈는 명탐정의 대명사가 됐고 실제 인물이라고 믿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홈즈가 이처럼 사랑받게 된 이유는 그의 이상한 성격과 탁월한 재능, 그리고 그의 친구 왓슨 박사와의 절묘한 대조에 있다. 홈스는 문학, 철학, 천문학에서는 큰 재능을 보이지 않았지만, 식물학 중에서도 독물에 정통했고, 화학, 해부학, 통송문학에 능숙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카리스마를 보인다. 또한 홈즈는 실험이나 사건이 나면 지칠 줄 모르지만 일이 없으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인 반면, 왓슨은 선량하고 헌신적인 홈즈의 조력자로 이 두 사람의 대조는 추리를 이끌어나가는 과정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아서 코난 도일은 1887년부터 40여 년 동안 꾸준히 홈즈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을 선보였다. 홈즈의 이러한 노력은 그동안 모험단을 통해 이전까지 애매한 위치에 있던 추리소설의 형태를 확립했고, 대중들에게 추리소설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2. 아가사 크리스티

▲ 출처 / 위키피디아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아가사 크리스티는 첫 작품인 <스타일스 장 살인 사건> 이후 <아크로이드 살인 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 80여 편의 추리 소설을 발표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뛰어난 구성과 아이디어와 함께 인간의 성격으로 인한 갈등을 세밀하게 풀어내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포와르와 미스 마플은 주변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해 사건을 해결하는 현대적인 탐정의 모습을 보여주며 셜록 홈즈와 왓슨만큼 유명한 탐정 콤비로 알려져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이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야기의 ‘의외성’과 ‘보편성’ 때문이다. 크리스티는 언제나 독자의 반대편에 서서 독자들을 이야기 속에 끌어넣고 가지각색의 카드를 보여준 다음 정작 사건의 진상은 자신의 등 뒤에서 꺼내는 반전을 보여준다. 또한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지었다는 것이 크리스티 작품의 장점이다.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와 평범한 일상성을 바탕으로 기발한 트릭을 이용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줬고, 과격한 폭력이나 성적인 묘사, 정치·종교적 이유를 배제해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영어권에서 10억 부 이상, 100여 개의 다른 언어로 출간된 번역본은 10억 부 이상 판매돼 기네스 세계 기록에도 올라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아가사가 쓴 희곡 <쥐덫>은 1955년 런던에서 처음 공연을 올린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공연되고 있다.

3.히가시노 게이고

▲ 출처 / 위키피디아

히가시노 게이노는 일본 추리 소설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다. 1985년 ‘방과 후’라는 소설로 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에도가와 란포상은 일본 추리 작가 협회에서 탐정 소설을 장려하기 위하 만든 문학상이다. 그리고 1999년 ‘비밀’로 일본추리작가 협회상을 받았다. 또 2006년에는 ‘용의자 x의 헌신’을 통해 제 134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소설부터, 미스터리, 서스펜스,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하지만, 늘 새로운 소재와 치밀한 구성, 날카로운 문장의 추리소설은 팬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영화나 TV 드라마로 다시 제작돼 큰 관심을 받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용의자 X의 헌신’이 영화화됐던 적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극비로 개발된 생물병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격전과 놀라운 추리, 반전이 돋보이는 ‘질풍 론도’는 발매 일주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는 등 경이적인 기록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가가 형사 시리즈, 갈릴레오 시리즈, 덴타이치 다이고로 시리즈 등 여러 시리즈물과 단편 등 60여 개의 작품을 출간하면서 추리 소설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팬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과거에 잘 만들어진 추리 소설은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들로 각색되며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들의 곁에 다시 찾아왔다. 흔히 추리소설은 한 번 읽으면 범인과 반전을 알게 되어, 두 번 보면 재미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웰메이드 추리소설은 다르다. 단순히 범인만 찾아가는 재미뿐만 아니라 상황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캐릭터들의 특성이 주는 재미 등 다양한 재미요소가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추리소설들이 우리의 시간을 ‘훔쳐’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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