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기자, 이승재 인턴/디자인 이정선 pro] 최근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게 했다. 그의 가방에서 나온 미처 먹지 못한 컵라면에 많은 이들이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 더욱 슬프게 하는 사실은 이러한 끔찍한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떻게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장치가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게 된 걸까.

스크린 도어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2013년 1월 29일 오후 2시 30분경 성수역 10-4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심 모씨(38)가 전동차에 머리를 부딪쳐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그로부터 약 2년 후, 2015년 8월 29일 오후 7시 27분에는 동일한 노선인 강남역 10-2번 승강장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조 모씨(29)가 전동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인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역시 동일한 노선에 있는 구의역 10-3번 승강장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던 김 모군(19)이 스크린 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사고들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유지·보수의 외주화’에 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2008년 흑자 경영을 실현하겠다며 ‘설비 유지·보수 외주화’ 및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를 외주화한 것이다. 이렇게 비용을 절감하려다보니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가 낙찰이 됐는데, 심지어 그 업체는 유지·보수 업무는 해본 적이 없는 광고회사였다. 낙찰된 업체는 이를 다시 유지, 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에 재하청을 주게 되면서 안전에 대한 책임은 계속 떠넘겨지게 되었다.

재하청을 받은 업체들 역시 비용 절감을 이유로 충분한 인력을 고용하지 않았다. 2015년 기준으로 1~4호선의 스크린 도어 고장 건수는 1만 2134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구의역 사고 당시 강북 지역의 49개 역을 관리하는 근무 인원은 6명에 불과했다. 현재 인원만으로는 발생하는 스크린 도어 정비 업무를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성수역 사고 발생 이후 서울메트로는 ‘2인 1조’의 업무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상 이를 실현할 만한 상황이 만들어 지지 않았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해 ‘현장실습생’ 들을 채용하면서 업무의 전문성이 부족한 청년들이 근무를 한 것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다.

이와 더불어 낙하산 인사도 계속된 사고의 이유 중 하나다. 서울메트로가 2008년 외주 업체를 선정할 당시 조건에는 ‘전체 고용 인력의 20%가량을 전적자로 채용하고, 그들의 임금을 서울메트로 퇴직 당시의 60~80%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 1~4호선의 스크린 도어 유지 보수 업무를 맡고 있는 ‘ㅇ업체’는 서울메트로 전적자 36명을 채용했고, 36명 중 26명은 60대, 10명은 50대다. 고령의 낙하산 인사들은 유지, 보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현장근무도 하지 않기 때문에 소수의 젊은 직원들이 현장 업무를 도맡아 해야 한다. 또한 고액의 월급을 받는 낙하산 인사들로 인해 추가 인력 채용이나 직원 인건비 상승은 더욱 어려워졌다.

계속되는 스크린도어 사고에 서울시는 ‘진상 규명 위원회’를 꾸려 조사 활동을 시작했다. 총 15명으로 구성된 진상 규명 위원회는 구의역 사고의 원인과 외주화, 전관 채용 등의 구조적 문제를 조사해 7월 중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재방 방지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메트로 측도 유가족과 합의해 시민 대책위원회 등이 포함된 ‘진상 조사단’을 꾸리고 노동 현장의 구조적 결합에 대해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사회에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기 마련이다. 안전을 위한 장치가 더 이상 안전을 해하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철저한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다. 근로자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그리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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