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보통 하나의 극에는 하나의 결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끝을 예측하면서 작품을 즐긴 후에 나의 예측과 극의 결말이 얼마나 맞아 떨어지는가를 확인하는 것은 작품을 즐기는 방법 중 한 가지다.

하지만 이처럼 결말을 예측하면서 보다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바로 영화의 결말이 나지 않을 때다. 이런 영화의 결말을 ‘열린 결말’이라고 한다. 결말을 영화 내용에서 확정지어 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의 판단으로 결말을 생각하게끔 하는 것이다. 많은 관객들이 찾은 영화 중 대표적인 열린결말의 영화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 출처 /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컷

첫 번째 열린 결말의 영화 2003년도 봉준호 감독의 작품 ‘살인의 추억’이다. 살인의 추억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형사인 박두만(송강호)과 서태윤(김상경)이 범인을 찾아가는 것을 주된 스토리로 한다. 범죄 수사물인만큼 관객들은 사건의 범인이 영화의 결말에 드러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범인으로 생각할만한 인물이 등장하면 새로운 단서가 나오고, 또 다른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나오면 또 다른 용의자가 등장한다. 그러다 박현규(박해일)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100% 박현규가 범인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사결과 박현규는 범인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게 되고, 영화의 시점은 미래로 바뀌어 버린다. 결국 누가 범인인지는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과연, 박현규는 범행을 저지르고 범행 증거를 모두 깨끗이 처리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 범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질문들은 관객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속 사건의 범인은 관객들 각자의 머릿속에 달리 기억될 것이다.

 

▲ 출처 / 영화 <인셉션> 스틸컷

두 번째 열린 결말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10년 작 <인셉션>이다. 인셉션은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에 접속해 생각을 빼낼 수 있는 미래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냈다. 레오다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은 ‘돔 코브’ 역은 꿈속의 생각을 지키는 특수보안요원이지만, 머릿속에 생각을 입력하라는 명령을 받고 작전에 투입된다.

이 영화의 결말에서 극장의 관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꿈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는 팽이가 쓰러질듯 말듯 돌아가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코브가 아이들과 만난 장면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됐다. 꿈인지 현실인지 관객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놀란 감독은 “중요한 것은 팽이가 아니다.”라는 말에 관객들은 또 한 번 ‘멘붕’을 겪게 된다.

주인공인 코브의 반지를 두고 꿈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코브는 아내가 죽은 현실에서는 반지를 끼지 않았지만 꿈속에서는 반지를 끼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코브가 반지를 끼고 있지 않았으니 현실로 돌아온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여전히 인셉션의 결말은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 출처 / 영화 <곡성> 스틸컷

세 번째 열린 결말 영화는 나홍진 감독의 2016년 작 <곡성>이다. 제 69회 칸 국제 영화제에 초청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은 <곡성>의 결말은 관객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과감한 삭제와 컷 배치로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곡성>은 결말에서 조차도 관객들에게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누가 진짜 악이고 누가 선인지를 명확하게 나타내지 않았고 결말에서도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겼다.  

곡성 포스터에 적힌 ‘절대 현혹되지 마라’, ‘끝까지 의심해라’라는 문구는 관객들에게 영화의 마지막까지 어떠한 확신도 갖지 말고 결론을 내리지 말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곡성>의 결말 때문에 <곡성>을 재관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영화의 결말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은 관객들이 나름대로 그 영화의 결말을 만들어 내라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영화를 감독이 전해주는 대로가 아닌 자신 나름대로 해석해낸다는 점에서 작품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앞으로 열린 결말의 영화를 본다면 결말이 나지 않았다고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영화를 곱씹어 보며 해석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영화에서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면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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