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흥행가도를 달리는 영화 곡성의 큰 흐름은 토속신앙에 기반하고 있다. 토속신앙이란 그 지방의 고유한 토착 신앙을 뜻한다. 이는 예로부터 마을의 안녕을 바라는 공동체 사람끼리 일정 신을 정해두고 믿는 신앙으로, 국가나 어떠한 큰 조직에 의해 운영되지 않고 생활의 일부처럼 여겨지는 것이 특징이다. 토착신앙은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첫 번째는 특정 동식물을 정해두고 공동체의 상징으로 삼고 고귀하게 여기는 ‘토테미즘’이 있다. 토템이란 한 집단이나 부족에서 존중되는 집단의 상징으로서의 동식물을 뜻하는 말로 특정한 동식물을 신성하게 여기는 원시 신앙을 말한다.

▲ 영화 곡성 스틸컷

토템미즘은 보통 한 국가의 형성 과정에서 신화나 설화로 존재하고 사회 규범과도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대표적인 예로 곰과 호랑이로 유명한 고조선의 건국신화가 있다. 곰과 호랑이를 믿는 부족과 환웅부족이 결합하게 됨으로써 고조선이 건국되었다는 내용은 역사책에서도 배울 만큼 잘 알려져 있다.

토테미즘은 원시 사회에서 부족신앙으로 역할을 하며 질서를 유지하는 사회 규범으로 작용해왔다. 한 부족을 특정의 동식물과 연관시킴으로써 부족의 정신을 통일하고, 그 특정의 동식물을 숭상함으로써 통치자는 종교적 지배를 해오기도 했다. 현존하는 원시 부족 사회에서는 여전히 토템신앙이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토속신앙은 특정한 한 인물을 신격화 하며 믿고 따르는 샤머니즘이다. 샤먼은 최초로 러시아에서 병자를 고치고 현실 세계를 이상의 세계와 의사소통을 하는 등 초월적 능력을 지녔다고 신봉되는 사람을 부르는 데에서 유래했다. 샤먼은 그 초월적 능력을 바탕으로 병을 고치고, 마을공동의 제사를 주관하기도 하며 죽은 자를 다음 세상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신봉되었다. 그 중 샤먼의 가장 우선적 역할은 종교 의식을 주관하는 것이다.

샤먼이 되는 방법은 부모로부터 세습이 되거나 부족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샤먼이 된다. 스스로 샤먼이 되는 사람이 있기는 하나 이는 세습을 받은 샤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샤먼이 되기 위하여서는 여러 가지 고난의 과정을 거치고 능력 있는 샤먼으로부터 그 기질을 배운다.

샤머니즘의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에서는 무속신앙 중 ‘무당’이 샤머니즘의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 이에 따라 토속신앙을 다룬 영화 곡성에서 무당 ‘일광’이 샤머니즘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마지막 토속신앙의 분류는 애니미즘이다. 특히 한국의 영혼 숭배 사상이 대표적인 애니미즘에 속한다. 애니미즘은 사람이나 물체에 깃들여져 있는 영적 존재를 인정하는 데에서 비롯한 토속신앙이다. 이때 영(靈)이란 신,혼,귀의 총칭으로 쓰이는 말인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영적 존재를 신령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신·귀·혼의 존재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변형되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우리가 오래된 마을의 어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의 장승이라든가 서낭당 등도 애니미즘의 한 형태이다. 우리의 전통 속에서 애니미즘은 제사, 고사 등 많은 형태로 나타나왔고 대표적인 토속 신앙으로 발전해오게 되었다. 이러한 애니미즘 적 토속신앙이 영화 ‘곡성’에 잘 녹여져있다. 특히 선과 악의 영으로 분류되어 마을을 지키는 영과 해하려는 영의 존재를 주요 흐름으로 이끌어가며 나홍진 감독은 다양한 영화적 장치를 만들었다.

이렇듯 샤머니즘, 애니미즘 등 토속신앙은 나홍진 감독이 밝혔듯 영화 ‘곡성’의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있다. 때문에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토속신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비슷한 듯 보이지만 서로 다른 형태의 토속신앙. 아직 영화 ‘곡성’을 보지 않았다면 혹은 보았다 하더라도, 토속신앙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면 영화를 보다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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