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유현] ‘바나나 먹으면 반하나?’라는 말이 있다. 모른다고 낙담하지는 말자. (그냥 아재 정도로 놀림 받으면 그만이니 말이다.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바나나 열풍을 대변할 수 있는 언어유희의 이 말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바나나가 어쩌면 앞으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고 한다. 바로 ‘변종 파나마병’ 때문이다.

 

파나마병이란 바나나의 목숨을 앗아가는 ‘바나나 불치병’으로, TR4(Tropical race 4)라는 바나나 나무의 뿌리를 공격하는 곰팡이 균에 의해 유발된다. 이 곰팡이 자체는 인체에 유해하나 이 곰팡이가 한번 바나나 나무에 감염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1960년대 이 곰팡이 균에 바나나 나무가 대량으로 감염되면서 ‘그로미셸’이라는 바나나 품종의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대체하기 위한 ‘캐번디시 바나나’라는 새로운 품종이 개발됐고 이것이 현재 우리가 먹는 바나나의 92%를 차지한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서 캐번디시 바나나도 파나마 병에 감염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바나나 생산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한편 2016년 현재 캐번디시 개량을 통해 병충해의 저항성을 갖게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으로 캐번디시 종을 대체할 수 있는 품종은 없다.

원래 야생의 바나나는 크고 딱딱한 씨가 가득 차 있어 먹기가 힘들다. 그런데 돌연변이가 나타나 이를 식용으로 만든 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나나다. 바나나는 수확 후 밑동을 잘라 다시 줄기를 자라게 하는 수확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한 그루가 감염되면 농장 전체가 위기에 빠지게 된다.

현재 파나마 병의 전염속도는 엄청 빠른 편이라고 한다. 아직 남미로는 퍼지지 않았지만 언제 남미로 퍼질지 알 수 없으며, 이는 바나나 최대 생산지인 남미로 번져나가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캐번디시 바나나가 멸종될 수도 있다는 뜻의 의미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우리나라 시장 점유율 86.3%를 차지하고 있는 필리핀산 바나나는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 바나나 역시 최대 생산지인 민다나오 섬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바나나 나무의 5분의 1이 이 병에 감염돼 생산량이 20% 넘게 줄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나나는 우리나라의 발전 수준은 물론, 전 세계 나라들의 교역이 왕성해졌음을 보여주는 단적으로 보여주는 과일이다. 또 칼륨이 많아서 건강에도 좋은 과일로 알려진 바나나이기에, 바나나가 희귀 과일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한다. 하루빨리 ‘파나마 병’을 이길 수 있는 신품종 개발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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