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은 함무라비 법전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원칙이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이 원칙은 그동안 민사 재판의 손해배상제도에서도 적용되어 왔고,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를 배상한다는 ‘보상적 손해 배상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최근 140여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 도입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이며 ‘처벌적 손해배상’이라고도 한다. 가해자가 저지른 비도덕적,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일반적 손해배상을 넘어선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손해를 끼친 액수보다 높은 배상을 치르게 함으로써 장래에 가해자가 똑같은 불법행위를 반복하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또 다른 사람 혹은 기업이 유사한 부당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최초 사례는 1763년 영국에서 발생했다.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당한 출판업자 허클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 때 법원이 판결에서 징벌적 배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처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것이다.

이후 영국을 더불어 미국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다. 1992년 맥도날드 커피를 쏟아 허벅지에 화상을 입은 할머니가 맥도날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미 재판부는 할머니에게 손해배상금 16만 달러와 48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나라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8년 러시아는 민법을 개정해 2배의 징벌 배상 제도를 도입했고, 중국은 2010년 ‘침권 책임법’을 제정해 제품 하자 등에 대한 피해 구제 수단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9월부터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피해 금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배상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일부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인정하고 있지 않은 상태로, 소비자를 위한 법이 외국에 비해 미비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주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업의 이중 처벌을 우려하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이중 처벌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과 ‘이윤 추구 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기업의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이후 커피컵에는 ‘뜨거우니 조심하시오.’라는 경고 문구가 더 크게 쓰여 졌고, 더 열기 쉬운 커피뚜껑이 개발 됐다고 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이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것이 결국은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윈-윈’효과를 본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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