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 1964년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비치 컨벤션 홀에서 탄생한 세계권투 챔피언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무하마드 알리, 20세기 최고의 복서로 평가받는 그가 지난 3일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늘 강인할 것 만 같던 무하마드 알리는 1980년대 초부터 파킨슨병을 앓기 시작해 합병증인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였다.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의 타계소식에 전 세계에 걸쳐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이 알리의 타계에 많은 사람들이 애도하는 건 그가 복싱 영웅이어서만은 아니다. 무하마드 알리는 링 안에서는 복싱 챔피언 이었지만 링 밖에서는 인종차별과 싸운 또 다른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

▲ [사진 / 픽사베이]

1942년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태어난 무하마드 알리는 본명이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였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한 곳에서 태어난 알리는 사람들의 무시와 가난 속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세상의 편견에 굴복하지 않고 12세 때 복서 생활을 시작해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라이트 헤비급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알리는 한 흑인 해방 운동가를 만나 ‘무하마드 알리’로 이름을 바꾸고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그는 흑인으로 태어나 붙여진 이름 ‘캐시어스 클레이’를 버리면서 노예와도 같은 차별을 받는 운명을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다. 이렇듯 무하마드 알리는 피부색을 떠나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었다.

▲ [사진 / 영화 '더 트라이얼스 오브 무하마드 알리' 스틸컷]

그렇게 1964년 전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무하마드 알리에게 일각에서는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이유는 미국을 대표하는 권투 챔피언인 무하마드 알리가 흑인에다가 무슬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작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차별적 잣대를 들이대는 세상을 향해 “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챔피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어떠한 시선에도 무하마드 알리의 소신은 절대 굽혀지지 않았다. 특히 알리에 추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헐리우드 ‘명예의 거리’에는 그의 소신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곳에는 영화배우와 TV 탤런트, 가수 등 미 대중 문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스타 약 2천500명의 이름이 ‘바닥'에 있는 것과 달리 알리의 이름은 '벽'에 걸려 있다.

▲ 프로복싱 헤비급 세계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방한 (1976년). [사진 / 위키미디아]

2002년 이 거리에 입성한 알리는 이름을 명예의 거리 바닥에 새기겠다는 할리우드 상공회의소의 제안을 받고 두 가지 측면에서 언짢게 생각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역대 최고, 세계 최고, 가장 위대하다는 뜻의 '더 그레이티스트'(the Greatest)란 수식어를 스스로 붙일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했던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밟고 다니는 걸 원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독실한 무슬림 신자였던 알리는 이름에 들어간 이슬람 선지자 ‘무하마드’의 이름을 경외했다. 때문에 알리는 사람들이 무하마드의 이름을 짓밟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알리의 뜻을 수용한 헐리우드 상공회의소 측은 알리의 이름을 바닥이 아닌 벽에 새기기로 했다. 이 일화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흑인, 특정 종교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에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그를 두고 당시 많은 사람들은 탐탁지 않아 했다. 특히 경쟁 복서인 패터슨이 “블랙 무슬림에게서 타이틀을 빼앗아 미국에 주겠다”고 대결을 신청할 정도였다. 하지만 알리는 도전자 패터슨의 도전을 물리치고 챔피언 자리를 지켜내 많은 흑인들을 비롯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또한 그의 편견에 대한 의지가 세상에 알려지며 2005년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훈장인 자유훈장을 받기도 하였다.

▲ [사진 / 위키피디아]

이렇듯 링 안에서 상대선수 뿐만 아니라, 세상 속에서 편견과 싸워온 무하마드 알리, 그는 그의 챔피언 자리를 지켜옴과 동시에 흑인에 대한 차별과 탄압에 강력한 펀치를 날려 왔다. 그리고 늘 확고한 그의 의지는 세상 속에 펀치만큼이나 강력한 메시지를 남겨왔다.

편견의 무게를 지고 태어나 결국 편견을 이겨낸 고 무하마드 알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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