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유현] 재미없는 영화이지만 돈이 아까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영화관에 앉아 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사실 돈이 아까워서도 있지만, 끝에는 반전이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하며 앉아 있게 되기도 한다. 바로 이런 상황을 경제 용어로 ‘매몰 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매몰 비용 오류’란 영어로는 sunk cost fallacy이다. sunk란 가라앉다, sink의 과거‧과거분사로 ‘매몰된’이란 뜻이 있는데, 손해나 적자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매몰 비용의 오류’란 개인이 일단 어떤 행동 코스를 선택하면 그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이전에 투자한 것이 아까워서 더욱 몰입해 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것은 어떤 행동에 대해 손해를 보거나 적자로 마감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심리에 기원한다.

이미 매몰되어 버려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한다면, 이와 비교해 자주 쓰이는 경제용어는 ‘기회비용’이다. ‘기회비용’이란 무언가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하는 것의 최대가치를 뜻한다. 예를 들어, 취업이 결정된 내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1년 동안 공부를 한다면, 1년간 교육을 위해 지불한 비용은 ’매몰비용‘이며 만약 취직을 해서 벌었을 1년 동안의 급여는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의사 결정자는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의 관계를 잘 따져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앞의 사례를 통해 보면, 꿈을 위해 ‘매몰비용’을 감수할 자신이 있다면 공부를 선택하는 것이고 ‘기회비용’이 크다고 생각된다면 ‘매몰비용’이 생기지 않게 취업을 빨리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 것이다.

그러나 특히 집단에서 의사결정을 쥐고 있는 리더의 경우에는 ‘매몰비용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몰비용에 대한 오류는 집단 구성원의 사기 저하 및 일의 능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매몰 비용의 오류’는 다른 말로 ‘콩고드 오류’라는 말로도 쓰인다. 이 말은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된다. 콩고드(Concorde; 불어로 협력을 의미함)란 1962년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웨이와 프랑스의 에어 프랑스가 공동개발로 계발한 초음속 여객기였다. 한때 미국의 항공 회사 보잉(Boeing)을 압도해 유럽의 자존심을 살려 주는 비행기로 각광을 받았지만 운영과정에서 승선인원이 적고 연료비가 비싸다보니 과도한 운송비가 책정되어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 때문에 콩코드 비행기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평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콩코드 프로젝트에 투자한 사람들은 이미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적자를 이어가다 2003년에 운항을 중단하게 되었다. 이렇게 매몰비용을 고려한 잘못된 의사결정의 오류를 두고 산업 심리학자들은 ‘콩코드 오류’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매 순간 갈림길의 기로에 서있다. 즉, 선택에는 희생이 뒤따른다. 그러나 매몰비용오류(콩코드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매 순간 현명하고 지혜롭게 결정해 나가는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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