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매주 일요일이면 일상생활에서 궁금했던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풀어나갔던 프로그램 ‘호기심 천국’이 있었다. 해당 방송 말미에는 타이거 마스크를 쓴 마술사가 마술을 보여주며 그 원리를 공개했는데, 평소 원리를 알고 싶어 하던 대중들에게는 엄청난 인기를 모았지만 마술을 업으로 하는 마술사들에게는 치명적인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환상과 놀라움을 상징했던 마술이 순식간에 트릭, 사기, 눈속임 등으로 격하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해당 방송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지만 정작 마술의 인기는 사그러들었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한 번 마술의 부흥을 일으킨 사람이 있다. 기존의 마술쇼를 벗어나 ‘매직 콘서트’를 탄생시킨 장본인 ‘마술사 이은결’이다.

▲ 기존의 마술쇼를 벗어나 ‘매직 콘서트’를 탄생시킨 마술사 이은결’(출처/이은결 페이스북)

1996년 처음 마술을 시작한 그는 2001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제 마술대회인 ‘월드매직세미나 재팬’에 출전하여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이후에도 대규모의 국제 마술 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하면서 그는 일약 세계에서 인정받는 마술사로 성장했다.

샤프한 얼굴과 뾰족한 헤어스타일의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깔끔한 무대매너, 현란한 손놀림은 한국에서 침체되어 있던 마술의 붐을 다시 일으키기 충분했다. 또한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는 마술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공연을 구성하여 ‘매직 콘서트’를 만들어 공연계의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

그는 그림자 퍼포먼스나, 마술 프로포즈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전국 투어를 성공시켰으며 한국에서 전무했던 대형마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들여와 한국의 대형마술 최다보유자이며 아시아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또한 그는 마술의 대중화에도 힘을 썼는데, 2006년 개최한 ‘매직체험전’은 일반인들이 직접 마술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로 다양한 마술도구를 직접 체험 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는 신예마술사들을 모아 만든 ‘이스케이프’를 런칭하여 주로 개인공연을 하던 마술사들이 개인 퍼포먼스에 대한 한계에서 벗어나 팀 퍼포먼스로의 역량과 가능성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 마술과 함께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에 자신을 일루셔니스트라 정의하는 이은결.(출처/이은결 페이스북)

마술과 함께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에 자신을 일루셔니스트라 정의하는 이은결. 데뷔 20주년을 기념하여 준비한 공연에는 영상 편집을 활용해 트릭 영화를 주로 만든 조르주 멜리에스를 오마주하여 더 환상적인 공연을 마련한다고 한다. 무대와 무대를 비추는 영상이 혼합된 멜리어스 일루션에서는 현실이 영상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영상이 현실로 튀어나오는 듯 한 독특하고 실험적인 경험을 느낄 수 있다.

▲마술이란 장르로 최초로 국립극장인 ‘해오름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한 이은결 (출처/(주)이은결프로젝트)

마술이란 장르로 최초로 국립극장인 ‘해오름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한 이은결. 20년 동안 쌓아온 공연 노하우를 모든 담은 공연이기 자신의 이야기가 가장 많이 담겼다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비욘드 더 트랙’은 그에게도 자신의 마술 인생 20년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서울 공연을 마친 이은결은 이제 전국투어에 나선다. 그의 공연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공연 자체 퀄리티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가 만드는 아름다운 환상 속에서 팍팍한 현실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 대중들에게 환상과 신비함을 선사하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출처/이은결 페이스북)

이제 마술이 마법이 아니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안다. 하지만 알더라도 신기하게 만들고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것은 마술사가 그만큼 뼈를 깎는 연습과 창작의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대중들에게 환상과 신비함을 선사하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앞으로도 그가 만드는 일루션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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