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의 흥행 폭풍이 불고 있는 영화관에서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조금씩 관객수를 채워가고 있는 한국영화가 있다. 현대판 홍길동전이라 불리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이다. 고전소설 속 홍길동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의적이지만 현대판 홍길동은 막대한 자본을 뒷받침한 사설탐정으로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세상 속 악의 무리를 소리 없이 제거한다.

영화 속 홍길동을 연기한 이제훈은 드라마 ‘시그널’ 박해경 경위를 연기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설탐정으로 분했다. 하지만 사건에 대한 증거를 분석하고 해석한다는 것에만 공통점을 가질 뿐 둘의 캐릭터는 완전히 다르다.

▲ (출처/영화 탐정 홍길동 포스터)

영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의 ‘홍길동’ 속 홍길동은 우리가 알고 있는 홍길동과는 달리 인격적으로는 미성숙하고 신체적으로는 결함을 갖고 있는 색다른 캐릭터다. 어릴 적 사고로 좌측 뇌 해마에 손상을 입어 감정 인지 능력과 8살 이전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근원이 선한 사람인지 악한 사람인지도 모르며,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도 결여되어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두뇌가 명석하여 불법 흥신소 활빈당의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이다. 따뜻하거나 다정하지도 않고, 신념도 정의도 없는 탈 이념적 인물이지만 이제훈은 이 캐릭터를 매력적인 히어로로 만들었다.

이제훈의 연기는 독립영화에서 쌓이고 다져졌다. 그가 출연한 독립영화 ‘파수꾼’을 보고 봉준호 감독은 ‘신선한 발견’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그는 충무로가 찾아낸 최고의 샛별이었다.

▲ (출처/ 영화 고지전 스틸샷)

겉으론 강한 체하지만 여린 고교생 일진 영화 파수꾼 ‘기태’와 소년병으로 참전하여 용맹스러운 중대장이지만 전쟁 초기, 부대원들을 살리기 위해 아군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상처 속에서 허우적되는 영화 ‘고지전’의 소년 중대장까지 그는 이 두 작품으로 신인상 6관왕을 거머쥐며 충무로의 자신의 존재를 인상 깊게 남겼다.

충무로의 신예스타에서 본격적인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가 되기까지 그에게 행운 같은 영화 ‘건축학개론’이 있다. 미스에이의 ‘수지’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건축학개론’은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공일오비의 '신인류의 사랑',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등 감성을 자극하는 배경음악과 삐삐, 무스, CD 플레이어 등이 나와 기성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는 영화의 흥행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았다.

▲ (출처/시그널 홈페이지)

충무로에선 인정받는 배우였지만 TV에선 큰 활약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던 그의 행보가 케이블 드라마 ‘시그널’을 만나면서 그간의 우려를 씻어냈다. 방영 초기 그의 불안정한 톤과 어색한 표정연기 등으로 연기논란이 있었지만 그에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회 때에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좋은 결과로 마무리됐다.

▲ (출처/하이컷)

작품 속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사생활은 뒤로 미루는 배우. 팬들 사이에선 ‘영감’, 기자들 사이에선 ‘선비’라고 불릴 정도로 사생활에 대한 이슈가 없지만 배우로선 자유로운 영혼이다. 평소 잘 나오지 않던 예능프로그램에서 반전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이제훈의 끝나지 않을 매력이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발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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