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유현] 영어 Vernacular란 특정 지역이나 집단이 쓰는 토착어 또는 방언을 뜻한다. 따라서 버네큘러 디자인(Vernacular Design)이라 함은 일반 대중의 삶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으면서 미적 측면보다도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민속적 특성을 가진 문화적 사물을 말한다. 이는 상류사회의 고상하고 세련된 양식에 대조되는 개념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1857년 질버트 스코트(Gilbert Scott)가 디자인 분야에서 ‘버네큘러 디자인’이라고 처음 사용한 것에서 유래됐다. 이에 대한 정의는 ‘ICSID 2001 Seoul 20C’ 세계디자인전에서 정해졌다.

 

디자인전에서는 첫째, 전통공예 사물들과 그 문화 혹은 그것의 변형된 디자인. 둘째, 당대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지 않은 토착적인 산업 생산물과 그 문화. 셋째, 현대 디자이너가 전통문화와 하위문화토양에서 특정한 장점을 전유하여 새롭게 제작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경우 바람을 막기 위해 덕지덕지 붙여 놓은 문풍지들이 새로운 미적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디자인은 언제부터 누가 디자인 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버네큘러 디자인(Vernacular Design)의 특징이며, 에코 디자인(Eco Design)과 리사이클 디자인(Recycle Design)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우리 생활 속에서도 버네큘러 디자인은 곳곳에 숨어 있다.

버네큘러 디자인(Vernacular Design)을 선호했던 대표적인 작가로는 빅터 파파넥(Victor Papanek)과 티보 칼맨(Tibor Kalman)이 있다. 빅터 파파넥(Victor Papanek)은 후진국에서는 비싼 디자인의 가전제품은 팔릴 수 없기 때문에 제품의 존재가치가 없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깡통을 재활용해 만든 9센트짜리 깡통라디오를 개발했다.

또 미국 그래픽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바꾼 티보 칼맨은 ‘디자인은 바꾸기 위한 수단일 뿐 세련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목표가 아니다’라며, 시계나 우산 등 실용적인 물건에 디자인을 첨가했다. 이들은 상위 10%를 위한 디자인이 아닌 나머지 90%를 위한 디자인으로 버네큘러 디자인(Vernacular Design)을 택한 것이다.

버네큘러 디자인(Vernacular Design)은 전문적 디자인을 대중이 만든 디자인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보잘 것 없는 디자인’을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가끔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일부는 전문적 디자인이 일반인의 디자인보다 앞서있다는 생각 자체가 권위주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전통과 민족성을 드러내는 버네큘러 디자인(Vernacular Design). 생활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좋은 디자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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