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4월 1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만우절로 통하고 있지만 영화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바로 홍콩의 불세출의 배우 장국영이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날이기 때문이다.

1956년생인 장국영은 1976년 홍콩에서 열린 노래 콘테스트에 2위로 입상하며 연에계에 첫 발을 딛는다. 그는 가수활동을 하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고 그 기세를 타 TV와 영화에도 진출하게 된다.

특히 그는 영화 ‘영웅본색(1986)’에서 범죄인의 형제와 자신이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경찰의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아걸’을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느와르의 특성상 마초들이 가득한 이 영화에서 그윽한 눈빛의 꽃미남인 장국영의 존재감은 성냥개비를 무는 것을 유행시켰던 주윤발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 전설의 명장면 전화박스 신 (출처/영웅본색2)

‘영웅본색’으로 배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진 장국영은 속편인 ‘영웅본색2(1987)’에서는 더욱 큰 비중으로 나타났다. 영화는 전편의 스토리를 답습하고 사망한 주윤발이 쌍둥이 동생으로 나오는 황당함을 보였지만 영화 마지막의 장국영의 전화박스신은 홍콩영화에 길이 남는 명장면으로 일컬어진다. 또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영웅본색의 주제가 '당년정' 역시 가수 출신인 장국영이 불러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 왕조현과의 꿀 캐미를 보여준 천녀유혼 (출처/천녀유혼)

장국영의 꽃미남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작품은 ‘영웅본색2’와 같은 해 상영된 ‘천녀유혼(1987)’이다. 사람을 홀리는 귀신 ‘섭소천’과 사랑에 빠지는 유약한 청년인 ‘영채신’으로 분한 장국영은 여리지만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모습을 유감없이 보이며 많은 여성팬을 끌어 모았다. 당시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던 왕조현과의 케미는 홍콩영화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플로 여전히 손꼽히고 있을 정도다.

그는 영화 ‘아비정전(1990)’에서 트렁크를 입고 맘보춤을 추는 명장면을 선보였으며 ‘종횡사해(1991)’에서도 도둑이 출연하는 영화에서는 대부분 따라할 법한 액션을 연출하기도 했다.

▲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연기를 한 패왕별희 (출처/패왕별희)

1993년에는 그 유명한 ‘패왕별희’가 발표된다. 그는 영화 ‘패왕별희’에서 여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연기를 하며 양성적인 매력을 엄청나게 뿜어댄다. 어쩌면 그는 그 커밍아웃했던 동성애 성향을 이 작품에서 발휘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 영화로 세간에 자신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자랑했으며 ‘패왕별희’는 1993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의 동성애 성향을 또다시 보여준 작품인 ‘해피투게더(1997)’. OST로 우리에게 더욱 잘 알려진 이 영화는 장국영과 양조위의 동성애 코드가 가득한 영화로 이국적인 배경과 장국영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와 ‘패왕별희’에서의 장국영의 동성애 연기가 너무나도 리얼했기 때문에 장국영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2000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양성성이 있다고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

장국영의 이 발언에 많은 여성 팬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미 인정받고 있는 그의 연기력과 외모는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고 2002년 ‘이도공간’이라는 공포영화가 발표된다. 그는 이 영화에서 귀신을 보는 여자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짐’을 연기했는데, 자신도 귀신을 보게 되면서 공포심으로 우울해져가는 심리를 잘 표현해 많은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의 생전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가 2003년 4월 1일 자살을 하여 사망했기 때문이다.

▲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된 이도공간 (출처/이도공간)

그의 죽음에 대해서 영화 ‘이도공간’이 빠질 수 없는데,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역에 심취해 그의 우울증이 심해졌다거나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파트 위에 서 있던 장면이 그가 호텔 옥상에서 투신한 모습과 비슷했다는 부분은 그의 죽음에 ‘이도공간’이 영향을 끼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한 그가 사망하고 그의 연인인 당학덕이 그의 전재산인 460억원을 상속받은 부분 때문에 재산을 노린 타살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 만큼 그의 죽음은 여전히 의문이 많고 믿기 힘든 부분이 많다.

▲ 그를 추모하는 홍콩 시민들 (출처/위키피디아)

거짓말을 해도 용서가 되는 날인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우리의 곁을 떠난 불세출의 배우 장국영. 그가 남긴 작품과 그의 연기는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감동을 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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