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우리나라는 과거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숱한 침략의 위기를 이겨왔다. 그런데 현재 또 다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경제적 난관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을 바로 ‘넛 크래커’현상 이라고 부른다.

‘넛 크래커는’ 선진국에 비해 품질과 기술면에서 뒤지고 후발국한테는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을 비유하는 경제용어로, 호두를 양쪽에서 눌러 까는 기계를 말한다.

▲ [사진/픽사베이]

넛 크래커는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미국의 글로벌 컨설팅회사가 한 언론사와 함께 내놓은 ‘21세기를 향한 한국 경제의 재도약’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싼 가격의 중국과 정밀한 기술의 일본으로부터 압박당하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넛크래커에 끼인 호두로 비유하고 한국이 변하지 않으면 호두처럼 깨질 수밖에 없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외환위기 당시 쓰인 넛 크래커라는 용어가 약 20년이 지난 지금 ‘신 넛크래커’로 다시 사용되면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신 넛크래커란 일본과 중국 모두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갖춤에 따라 양국 사이에 끼인 한국의 경쟁력이 1997년 당시 보다 더욱 불리해진 현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 조선, 철강, 전자,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제조업이 일본과 중국의 경쟁에서 밀리며 한국 경제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 배경에는 최근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통해 엔화가치 절하, 구조조정, 원천기술 및 소재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국가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분야의 수출 품목은 가격을 최대한 낮춰 국제적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부분 에서는 수출가격을 유지해 이익을 극대화 하며 거기서 확보한 재원을 투자함으로써 경쟁력을 더욱 공격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중국 역시 가격경쟁력은 그대로 등에 업은 채 정부의 전격적인 지원으로 연구·개발에 주력해 기술경쟁력도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실제로 통계상 2012년 1.9년이던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2014년에 1.4년으로 줄었다. 특히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3위로 무섭게 떠오른 중국의 샤오미는 한층 진화한 전략을 구사하고 가격경쟁력 확보와 부가수익 창출 모두 잡는 데 성공하며 중국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이렇듯 중국과 일본 사이의 막강한 경쟁력 사이에서 이제는 가격경쟁력과 기술력 모두 갖춰야 하기에 더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고 이를 두고 ‘신 넛 크래커’라며 한국경제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역시 아직까지 5G 이동통신, 웨어러블 기기, 지능형 반도체 등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공격적인 성장을 보이는 양국의 사이에서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넛 크래커 상황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지냈던 한국인이기에, 이번의 위기 역시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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