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시위라면 떠오르는 생각. 바로 쇠파이프와 화염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위‧집회 문화는 쇠파이프와 화염병에서 꾸준히 변화가 됐다.

1990년대 후반 ‘문민 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며 경찰은 ‘무최루탄 원칙’을 내세웠고, 이때부터 화염병은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나라에 평화시위가 찾아왔다. 비폭력 집회문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촛불집회가 그 중인공이다.

2002년 6월 주한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숨진 여중생 심효순‧심미선 양의 사인 규명과 추모를 위해 그해 11월 수십만명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앞에 모였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촛불을 밝히기도 했다. 그 시기 동시에 ‘차벽(車壁)’이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그리고 급변하는 사회 문화 속 시위 문화가 또 변화하고 있다. IT기술의 발달에 맞춰 일명 ‘유령집회’라 불리는 홀로그램 집회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스페인의 한 시민단체가 공공시설 인근 시위금지법안에 항의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시도한 형태의 집회인 홀로그램 집회는 실제로 시민들이 모여 진행하는 집회가 아니라 스크린에 영상을 투영해 마치 수십, 수백, 나아가 수천명이 모인 듯 한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무인 집회다.

그리고 오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24일 오후 8시 30분 처음으로 열 예정이다. 앞서 앰네스티는 한국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이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라고 판단해 청와대 앞 청운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경찰이 교통 혼잡 유발을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리자 항의성으로 이같은 집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3D 홀로그램을 활용한 유령집회는 24일 오후 8시30분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30분간 진행된다. 가로 10m, 세로 3m의 반투명 판에 사전에 촬영한 영상을 투영하면 10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진행하는 것과 동일한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앰네스티는 설명했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쉽게 말 해 사람이 없는 집회. 경찰만 있는 집회가 되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유령집회 역시 일반집회에 준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고민이 만만치 않다. 시위나 구호를 제창하는 것이 집회나 시위에 해당되기는 하지만, 영상 속의 인물이라는 점 등이 처벌을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또 적당한 수위를 정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신개념 집회 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이는 홀로그램 시위. 앞으로 또 어떤 형태의 시위가 생기게 될지, 홀로그램 시위에 경찰이 어떠한 대안들을 내 놓을지 주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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