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컴퓨터 발전의 끝은 어디일까. 컴퓨터가 인간의 노동력을 천천히 대체하는 등 발전에 발전을 이루다 이제는 인간의 두뇌와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이는 SF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실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다음달 9일에서 15일에 걸쳐 바둑천재 이세돌과 컴퓨터와의 세기의 바둑대결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세돌을 상대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이름은 ‘알파고’로,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알파고는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컴퓨터가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게 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졌다.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원들은 ‘알파고’에 3천 여 명의 바둑 프로 기사들의 대국 장면을 프로그램화 시켜 ‘알파고’ 스스로 대국을 진행하도록 훈련했고 ‘딥러닝’ 기술을 도입해, 사람이면 1000년 걸리는 100만 번의 대국을 4주 만에 소화하며 많은 바둑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알파고’의 바둑 실력은 ‘프로 5단’ 수준을 갖추었고 일전에 유럽 바둑 챔피언인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 2단과 대국을 벌인 끝에 무려 5승 무패로 승리를 거둬 바둑대가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그런 ‘알파고’가 이번에는 10년간 세계정상 자리를 지켜온 이세돌 9단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동안 컴퓨터는 많은 영역에서 사람의 능력을 앞질렀다. 일례로 1997년 수퍼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었고 2011년 수퍼컴퓨터 ‘왓슨’은 미국 텔레비전 퀴즈쇼에서 퀴즈 왕들을 물리쳤다. 하지만 바둑만큼은 컴퓨터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꼽혔다. 체스와 달리 돌마다 특정한 경로가 정해져 있지 않고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로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컴퓨터가 또 하나의 영역에서 인간을 앞설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총 상금 100만달러, 우리돈으로 약 12억원의 상금이 걸린 이번 대결에서 양측 모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우선 도전자 ‘알파고’를 탄생시킨 구글 측은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최소 승률을 5대5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선’으로 둬도 이길 자신이 있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고 우리나라 바둑계 역시 ‘알파고’에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아 편차가 크다며 알파고의 계산된 ‘뻔 한 수“만 읽어 낸다면 쉽게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알파고’는 ‘잠도 안 자고’, ‘쉬지도 않고’ 데이터와 실전 경험을 무한히 축적할 수 있는 컴퓨터라는 강점이 있다. 그래서 이번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이 아니더라도 이론대로라면 인공지능 컴퓨터의 바둑은 ‘신의 경지’까지도 도달할 수 있는 관측이 많다. 이세돌 9단 역시 “현재 ‘알파고’의 수준으로 볼 때 2년 후에는 사람을 능가할 것 같다”며 “이번에 내가 이긴다고 가정해도 2년 정도 지나 구글이 또다시 도전장을 내민다면 누가 대결하든 쉽게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각종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해온 인공지능 컴퓨터가 꾸준히 진화하며 이제는 인간의 두되를 이용하는 바둑의 영역까지 넘어서려 만들어진 ‘알파고’.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과정이겠지만, 두뇌 대결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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