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홍시라] 스마트폰, 컴퓨터, TV 카메라, 자동차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원소들이 필요하다. 그 중 전자 회로와 같은 핵심 부품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가 바로 ‘희토류’다.

채취하기가 어렵고 희귀하기 때문에 희귀한 흙, ‘희귀한 광물’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희토류는 네오디뮴, 스칸듐, 이트륨, 세륨 등 17종의 원소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을 묶어 희토류로 말하는 이유는 서로 화학적 성질이 유사하고 광물 속에 그룹으로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1787년 스웨덴에서 처음 발견된 이트륨을 시작으로 1910년대까지 17개의 원소가 차례로 발견된 희토류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되고, 건조한 공기에서도 잘 견디며, 열을 잘 전도하는 특징이 있어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발전, 태양열 발전 등 21세기 저탄소 녹색성장에 필수적인 영구자석 제작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 [사진 제공=미국 농무부]

전기자동차 한대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영구자석에는 희토류 원소가 약 1kg가량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스마트폰 등의 IT산업, 카메라·컴퓨터 등의 전자제품, 형광체 및 광섬유 등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방사선을 차단하는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원자로 제어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런 희토류를 마음껏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광물이 그렇듯이 희토류도 생산량이 한 곳에 몰려있다. 희토류의 생산량 중 90%이상이 중국에서 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세계적인 분쟁도 일어나고 있다. 2010년 9월 7일 동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의 영유권 분쟁 당시 일본이 중국 선원을 구금시키자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금지’라는 경제적 조치로 압박을 가했고 이에 일본은 중국선원을 곧바로 풀어주기도 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1992년 중국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한 말이다. 이처럼 중국은 희토류에 관한 한 절대 ‘갑’의 위치에 있다. 중국은 1980년대 중반 저가의 희토류를 대량으로 쏟아내면서 다른 나라 광산들을 문 닫게 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희토류 수출 쿼터 축소 정책으로 거래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최근 ‘유가하락’으로 중동 산유국이 재정위기에 처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번 ‘갑’이 영원한 ‘갑’일 수는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지위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희토류 생산을 많이 하고 있지만 매장량은 러시아(19%), 미국(13%), 호주(5%), 인도(3%) 등에도 풍부하다. 따라서 다른 국가들도 희토류 생산을 적극적으로 시작하면 중국의 희토류에 대한 권력이 힘을 잃게 될 수 있다.

이미 중국산 희토류의 가격은 많이 하락한 상태이고, 또 작년 12월부터는 일본 도요타통상이 인도에 자회사를 설립해 희토류 생산에 돌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OCI가 호주 희토류 업체와 함께 국내 첫 희토류 분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희귀한 광물이라 이름 붙은 ‘희토류’가 이제 더 이상 희귀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국제분쟁에서 협박의 수단으로 쓰일 정도로 위상이 높았던 희토류. 언제까지 그 권력을 누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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