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다희] 최근 10년 만에 재개봉하며 역주행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준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이터널 선샤인’입니다. ‘이터널 선샤인’은 두 남녀 커플이 헤어진 후, 둘 다 기억을 지우는 병원을 찾아 기억을 지우면서 펼쳐지는 스토리의 영화입니다.

기억을 지운다는 독특한 SF적인 요소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켰고 ‘실제로 저런 일이 가능하다면?’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헤어진 연인들에게 가장 괴로운 것은 기억속의 추억보다 온라인상에 남아있는 기억들입니다. 그래서 생각 합니다. ‘온라인 속 지우고 싶은 이 자료들을 지울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결론은 ‘있다’입니다.

헤어진 연인과의 공유된 자료 뿐 아니라 흔히 ‘흑역사’라고 지칭되는 것들이 인터넷을 떠돌 때 이런 자료를 지워주는 사람을 바로 ‘디지털 장의사’라고 합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개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넷 기록이나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생전에 남긴 온라인상의 흔적인 ‘디지털 유산’을 지워주는 전문가로, 인터넷상의 인생을 지워준다고 해서 디지털 장의사 또는 디지털 세탁소로 불립니다. 개인 혹은 유족들은 디지털 장의사에게 고인이 인터넷에 남긴 흔적의 완전 제거나 특정 자료를 넘겨주도록 하는 온라인 유품 관리 등의 업무를 의뢰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디지털 장의사로는 미국의 대표적 온라인 상조회사인 <라이프인슈어드닷컴>이 있습니다. <라이프인슈어드닷컴>은 가입회원이 사망하면 인터넷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유언을 확인한 뒤 온라인 정보를 정리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디지털 장의사에 대한 여러 법적 제한이 많습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이 온라인상의 자기 정보를 통제 삭제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은 인정하지만, 당사자가 사망하면 누구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천안함 순직 장병의 유족들이 고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전자우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SK커뮤니케이션즈가 법적 근거를 들어 거절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최근 신종 직종 중의 하나로 선정되어 앞으로 디지털 장의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 속의 이터널 선샤인. 머지않아 쉽게 가능한 시대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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