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지난 8월 24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경선중 유세에서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에게 미국 국적을 주는 제도를 아시아인이 악용하고 있다”며 “앵커 베이비는 중남미인보다 아시아인과 더 관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베이비(Anchor Baby)는 미등록 이주민이 미국에서 출산해 미국 국적을 얻은 아기를 의미하는데요. 바다에 앵커(닻)를 내리듯 부모가 아이를 미국인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정착을 돕는다는 뜻의 용어로, 미국 원정출산을 비꼬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국적법은 상이합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 하더라고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면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있는 속인주의[屬人主義]를 택하고 있지만, 미국은 미국 영토(혹은 영해, 영공)에서 태어났다면 미국 국적을 가질 수 있는 속지주의[屬地主義]를 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이나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나라의 국적을 갖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원정출산을 택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 8일 9000m 상공에서 출산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 타이완 임신부가 극적으로 출산했고, 승객 중 의사가 있어 산모는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비행기는 미국 영공을 지나고 있었으며,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미국의 법상 이 아이는 미국 국적을 취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이 태국인은 미국에서 태국으로 추방당했습니다. 원정출산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임신 32주 이상이면 비행기에 탈 수 없는 규정을 피하려고 임신 기간을 6주나 줄여 거짓말 했고, 이륙 직후부터 진통이 시작됐지만 승무원들에게 미국 영공에 진입했는지를 재차 물으며 아기를 낳지 않고 버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국 앵커 베이비라는 비난을 받으며 초라하게 태국으로 추방당한 것이죠.

원정출산의 악용으로 태어난 아이를 일컫는 말인 앵커 베이비. 목숨을 건 위험한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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