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지난 11일(한국시간) 최경환 부총리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하여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 입사하고서 10년 후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며 금융권 개혁을 주문했다.

12일 이런 발언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금융권에서는 단단히 뿔이 났다. ‘금융권 실상’을 모르고 한다는 소리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출처/최경환 부총리 블로그)

한국의 은행들은 대부분 오후 4시에 고객 상대 업무만을 마치고 금융기관으로서의 업무는 이 시간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입출금 숫자를 맞추고 여러 추가 작업을 하다 보면 저녁 7~8시를 넘어 야근을 하는 경우도 태반이라고 하소연한다.

또한 입사 10년차에 억대 연봉을 받는 은행원이 몇 명이나 되는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원 연봉은 수년째 공무원 수준의 상승률로 동결된 상태이며 이 발언은 시대에 맞지 않다"라고 일축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그는 금융개혁이 미진한 부분이 노조의 강력한 힘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금융권 노조 때문에 은행 등 금융기관이 비효율적인 업무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말이 ‘아’ 다르고 ‘어’다르듯이 이 발언은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은행들이 4시에 고객업무를 마감하는 나름에 이유가 있기 때문에 ‘경제부총리’인 최 부총리는 이를 사전에 언급을 하면서 발언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앞뒤 다 자르고 은행이 4시에 마감하여 우간다보다 못한 경쟁력을 가졌다고 하는 얘기는 그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에게는 은행의 횡포로 인해 그 동안 그렇게 마감시간에 쫓겼다는 느낌을 들 수 있게 한다.

또한 10년을 일하면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일반화를 시켜 국민들과 금융권과의 괴리감을 유발했다.

이는 여론에서 국민과 은행의 대결구도를 만들게 되고 또 하나의 국민 분열을 일으키게 한다.

최 부총리가 정말 은행의 실상을 몰라서 한 발언이면 ‘경제부총리’로서의 자질 문제가 있는 것이고, 알면서 한 발언이면 금융노조를 국민여론을 이용해 꺾겠다는 목적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목적 없이 은행 마감시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려 했다면 은행의 상황과 국민의 요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타협점을 ‘제안’하고 경제부총리로서의 업무를 했어야 했다.

최근 정부가 가장 힘 있게 밀고 나가는 캐치프라이즈중 하나는 ‘국민 대통합’이다. 하지만 대통합이라는 것은 국민들이 한 목표를 가지고 다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국민들의 또 하나의 분열을 가져오는 최 부총리의 발언은 현재 우리 정부에 적절한 발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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