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지난 24일 일본 올림픽 위원회는 공모로 선정한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공식 엠블럼을 발표했다.

해당 엠블럼은 'Tokyo' 'Team' 'Tomorrow'의 세 가지 의미를 담은 영문자 'T’를 테마로 하여 붉은색과 하얀색의 일장기의 이미지를 추가하였다.

그런데 이 엠블렘이 발표되자마자 표절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바로 벨기에의 리에주 극장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와 이 엠블럼을 제출했던 아트디렉터는 표절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 도쿄 엠블럼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벨기에 리에주 극장 엠블럼(출처/도쿄올림픽조직위, 벨기에 리에주 극장)

지난 달 5일 아트 디렉터 사노는 디자인 표절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일본인으로서의 자부감을 갖고 만들었다", "표절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놀랐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조직위 역시 지난 달 28일 사노의 디자인 원안과 재작업 등의 과정을 발표하며 표절을 부인했다.

하지만 사노가 디자인을 감수한 산토리 맥주의 경품 토트백 디자인이 해외 디자이너의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와 산토리 맥주는 지난달 13일 30개 가운데 8개를 발송 중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사노의 디자인 표절이 습관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게다가 메인경기장이 되는 새 국립경기장 건설계획을 비용문제로 백지화시켜 도쿄올림픽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직위는 여론이 자꾸 나쁘게 흘러가자 결국 2020년 도쿄올림픽 엠블럼을 폐기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이에 도쿄 시민들에게는 쓴 소리가 나오고 있고 해외에서는 이를 조롱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올림픽의 엠블럼이 표절시비 때문에 폐지된 것은 올림픽 사상 초유의 사태다.

하지만 여기서 일본의 나쁜 기질이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 표절사태로 엠블럼을 폐기하는 사태에 이르렀으면서도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를 하지 않고 그저 "엠블럼을 디자인한 사노 겐지로씨가 모방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해 엠블럼 사용을 철회한다"는 해명을 내놓아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와의 과거사 분쟁과 같이 불리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애매한 언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던 행동을 그대로 한 것이다.

이에 벨기에 디자이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소송을 계속 진행하여 법적인 분쟁을 끝까지 해결 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다. 재정이 약해 경기장을 짓지 못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해도 표절 시비 같은 경우는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순서다.

공식 엠블렘을 폐지하여 잘못을 간접적으로는 인정해 놓고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를 지켜보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표절이라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교만함은 일본의 망신살을 점점 더 크게 만들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