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것, 그것이 연인간의 사랑이든 부모자식간의 사랑이든 또는 타인에게 받는 사랑이든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사랑’만을 받는 다는 것은 어찌 보면 욕심일 수 도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내 맘 같지가 않기 때문이죠. ‘사랑’만 받고 싶은데 그 이외의 것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다가갈 수 없는 것. 이를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합니다.

고슴도치는 뾰족한 가시를 가지고 있는 동물입니다. 이런 고슴도치가 추위를 느껴 곁에 있는 다른 고슴도치의 체온을 받으려 가까이 가면 서로 가시에 찔려 상처를 받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인관관계에 빗대어 나온 말이 바로 고슴도치 딜레마인데요, 쇼펜하우어의 마지막 저작인 '부록과 추가'에 실려 있는 우화에 실려 있는 이야기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인관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상처는 감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타인과의 교류가 별로 없었던 쇼펜하우어가 자신의 상황에 대한 정당성을 표현하기 위해 넣었던 이야기였는데요, 역설적으로 고슴도치의 체온을 ‘따뜻함’으로 표현함으로써 쇼펜하우어가 사실은 외롭고 인간관계에 대해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이런 이야기처럼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관계를 맺을 때 필연적으로 상처를 받게 됩니다. 사람 간의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위로의 말이 듣는 사람에겐 조롱일 수 있고 돕기 위해 한 행동이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도 있습니다. 또한 누군가를 가슴속 깊이 믿어 자신의 비밀을 얘기했을 때, 이 비밀 다른 사람에게 새어나간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바로 이런 상처들을 감수 할 수 있어야 인간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바로 ‘고슴도치 딜레마’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관관계에 대한 필요성이 희박해 지면서 그런 상처까지 굳이 감내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때문에 ‘고슴도치 딜레마’의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감내를 하면서라도 인간관계는 맺어야 한다’였다면 ‘상처를 준다면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는 남과의 관계가 중시되지 않는 개인주의가 팽배할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며 특히 개성이 형성되는 사춘기에 친구 등에게 배신감과 실망을 느꼈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모든 사람은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을 수 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면 상대방도 이를 느끼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서로에 가시에 찔려 아픈 것 보다 따뜻함이 더욱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고슴도치 딜레마’에서의 가시는 약간 따끔할 거라고 믿어야 합니다. 이와 반대로 관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따뜻함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이라고 믿는다면 마음을 열고 맺는 인간관계는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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