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4일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에서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사과를 자신의 선임 총리들의 사과로 대신하고 앞으로는 사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아베는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일본)는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면서 과거에 사죄를 계속 해왔다는 점을 과거형으로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마음을 실제 행동으로 표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의 아시아인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전후 일관되게 그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을 다해왔다”며 “이런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일본에서는 전후에 태어난 세대가 지금 인구의 8할을 넘겼으며 이들은 전쟁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밝힌 뒤 “우리들의 아이와 손자, 그 뒤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우게 해선 안 된다”고 말해 앞으로는 사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 광복 70주년 기념식 축사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

지난 11일 일본 자민당 이나다 토모미 정조회장은 일본 BS후지TV에 출연해 아베 신조 총리가 14일 발표하는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 “영원히 사과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발언한 것과 상통한다.

아베의 이 같은 발언은 세월이 흘러 약 1세기 동안 당사자가 거의 사라졌으니 책임도 없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이는 명백히 과거를 부정하고 덮어버리겠다는 발언이며 전범국가로서의 죄책감도, 양심도 전혀 없는 것을 명백하게 하는 것이다. 아베의 이 발언을 위해 최근 일본 전범기업 미츠비시 머터리얼은 미국과 중국에 급하게 사죄와 더불어 보상을 해 준 것 같아 보인다.

엄연히 최대 피해국인 한국은 위안부와 강제징용자 등 피해자들이 버젓이 살아있고 아직까지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일본은 철저하게 한국을  배제하고 있다.

문제는 이 발언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식 축사에서 아베의 담화에서 과거형 사죄와 침략, 위안부 등을 사죄하는 발언이 없었다는 것에 대해서 ‘아쉽다’라는 표현은 했지만 "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한다"고 언급하며 일본이 사죄했다고 받아들인 듯한 말을 한 것이다.

현재 아베는 1급 전범들을 모시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바치고 있고 여당인 자민당 의원들은 참배를 하고 있다. 또한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에 굽신거리는 와중에 우리는 무시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하지도 않았으면서 뻔뻔스럽게 더 이상 사죄를 할 수 없다는 일본. 아베의 말대로 이제 그 당시 사람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사람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유독 최대 피해국이었던 한국에게 더욱 사죄를 하지 않으려는 일본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를 방관하는 정부. 광복 70주년과 패전 70주년을 맞이한 양국의 진정성 있는 관계개선은 점점 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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