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최근 엔저에 힘입은 리쇼어링 정책(국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이 성과를 거두면서 신규채용이 늘어나자 대졸 취업자들의 취직률이 97%에 육박하게 되었다.

기업이 늘어나자 여러 직장에 합격하는 구직자들이 많아지면서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채용해놓은 인재가 조금이라도 더 조건이 좋은 곳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거기에 최근 일본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꼽히는 고령화로 인해 젊은 인력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은 젊은 인재들의 이동에 예민해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 (출처-tvN SNL 방송화면 캡쳐)

이에 자사의 기준을 충족시킨 합격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타 기업으로의 구직활동을 더 이상 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오와하라’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오와하라’는 일본의 신조어로 ‘끝내라’는 뜻의 ‘오와레(おわれ)’에 ‘괴롭힘’을 의미하는 하라스멘트(ハラスメント, harassment)’를 합성한 단어다. 작년, 일본에서 임신·출산을 이유로 본인의 동의 없이 인사이동 시키거나 임신·출산과 관련한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는 ‘모성 괴롭힘(maternity harassment)’이라는 두 영어단어의 앞부분을 조합한 마타하라(マタハラ)와 같은 맥락으로 만들어졌다.

‘오와하라’는 기업이 합격자에게 합격을 확정해 주면 구직사이트에 등록한 이력서를 삭제하라고 강요한다든지, 혹은 다른 기업으로 이동하지 말라는 계약서까지 쓰라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조건이 좋은 직장을 끝까지 찾아야 하는 구직자들은 이런 기업들의 제제에 심리적인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압박감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일부 대학들은 ‘오와하라’에 대처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설명회까지 개최하는 실정이다.

상당수 구직자들은 기업 측의 이런 요구에 괴로워하고 있다. 보다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아 마지막까지 분투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 측의 그런 요구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취업시장이 과열되면서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일본 정부는 게이단렌(일본의 경영자 단체)을 통해 통상 4월부터 시작되는 주요 대기업들의 면접 일정을 여름방학 이후인 8월로 미뤄줄 것을 요청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주요 대기업들은 이에 따라 채용 면접 일정을 8월 이후로 미뤘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중소기업들은 예정대로 봄에 채용을 진행했다. 때문에 이미 채용을 진행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의 인력 유출을 우려해 이와 같은 ‘오와하라’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취직률이 평균 60%정도 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부러운 이야기일 수 있다. 기업이 취준생들을 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입맛에 맞게 골라서 갈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흐뭇한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오와하라’에 대해서 법적으로 기업의 강제력이 있을 수 없고, 일 할 곳을 정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인만큼 선택을 잘 하라는 정치인과 변호사들의 홍보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도 어서 경제가 살아나 어느 회사로 취직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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