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행보를 일본 대기업도 그대로 따라 가는 것일까?

강제징용의 보고인 하시마섬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의 과거사 물타기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듯하다.

지금까지 한국인 징용자들의 사과 배상 요구는 외면해 왔던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2차 대전 당시 강제노동에 징용된 미국 포로들에게는 공식사과 하는 것을 결정했다.

▲ 미국강제징용자에게 사죄하는 미츠비시 머터리얼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최고중역을 비롯한 대표단은 이번 주말 미국에서 징용 피해자인 제임스 머피(94)를 만나 공식 사과한다고 한다.

일본 대기업의 이런 강제징용에 대한 공식 사과는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이는 아베신조 총리가 미국 하원의원 연설에서 미국에 대해 전쟁에 대한 공식 사과를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공식이면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최대피해자인 우리나라에게는 사과를 하지 않거나 아베총리처럼 아시아로 에둘러 사과를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우리나라 강제징용자들에게는 사과를 할 예정이 없다.

주미 일본 대사관은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서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결단이며 일본 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미국인 포로 징용 문제에 대해 앞서 2009년과 2010년 공식 사과한 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쓰비시 중공업은 한국인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광주고법의 판결에 불복해 지난 13일 대법원에 상고하기도 했다.

결국 일본은 강대국이며 파트너인 미국에만 사과를 하는 전략을 쓰고 있고 미국을 통한 과거사 청산의 중재를 노리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 밀접해 짐으로써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 등에는 사과를 해야 할 필요성 자체가 없어지고 한국에 대해서는 강력한 쿠션을 갖추게 되었다고 봐도 된다. 미국 역시 일본에 동조하여 우리 정부에 과거 보다는 미래를 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최근 우리 외교부의 일본에 대한 외교력이 많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아베총리의 미국 상하의원 연설이나 하시마섬의 세계유산 등재 등 현재 눈에 보이는 결과는 모두 일본에 참패하고 있지만 외교부의 발표는 어째서인지 항상 ‘승리’였다.

우리는 현재 일본에게 사과든 보상이든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다. 더 많이 짓밟히고 더 많은 아픔을 일본에게 받았지만 아무 요구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 강력한 요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화자찬으로 외교문제를 끝내서는 안 된다. 과거사 문제는 현재의 곤란함을 피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문제가 아닌 더욱 참담한 결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일본을 비롯한 우리와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이 대한민국을 가볍게 볼 수 있는 빌미를 안겨줄 수 있다.

멈춰있던 바위는 처음에는 움직이기 어렵지만 한 번 구르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렵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이 현재 구르기 시작하는 바위와 같다. 세울 수 없을 정도로 가속이 붙기 전에 강력하게 막는 힘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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