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부산 동래경찰서 사직지구대는 8일 오전 11시 20분께 사직동에 있는 한 횡단보도 인근 도로에서 윤모(50)씨가 지갑을 주워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윤 씨는 출근길에 횡단보도에서 지갑을 발견했는데 지갑 안에는 수표와 현금 등 10억 290만원이라는 거액이 들어있었다.

경찰은 지갑 안에 있는 명함 등을 통해 주인을 수소문한 끝에 결국 부산의 사업가 한 모 씨와 연락이 닿았다.

▲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지갑...주인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지갑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던 한 씨 는 계약을 위해 준비한 돈이라며 깜짝 놀랐고 사례를 하고 싶었지만 윤 씨와 경찰 모두 거절해 감사의 인사만 전했다며 직접 만나 고마움을 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말 훈훈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한두 푼이 아닌 10억이 넘는 금액이 지갑에 들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나쁜 마음이 생겨 지갑을 그대로 가져가 돈을 쓰기 시작했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길에 떨어진 돈은 엄연히 말하면 주인이 없는 돈이 아니다. 주인의 점유(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에서 잠시 벗어난 물건 일 뿐 소유는 유실자(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그대로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남의 것을 쓰게 되는 것이므로 처벌 대상이 되는데, 점유이탈물횡령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모르고 더 많이 받은 거스름돈, 도주한 가축, 잘못 배달된 우편물이나 바람에 날려 뜰 안에 떨어진 옷가지 등 우연하게 자기의 점유에 속하게 된 물건은 모두 점유 이탈물이 된다. 여기서 우연이 아닌 고의로 자신의 점유에 속하게 행동을 하는 것은 절도나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때문에 지갑 같은 것을 주웠을 때는 최대한 빠르게 경찰에 신고하고 주인을 찾아주도록 하는 것이 법적으로도 별 문제가 없다. 유실물을 신고한 뒤 주인이 나타나면 유실물 가치의 5~20% 범위에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청구할 수 있다). 또한 해당 기관에서 절차에 따라 주인을 찾는 공고를 냈지만 6개월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주운 사람이 유실물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이 때 주운 사람이 3개월 내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국고에 귀속되게 된다.

유의할 점은 물건을 줍고 7일 이상이 지난 후에 신고를 한 경우에는 보상금을 받거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지므로 지체 없이 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선행이 꼭 좋은 결과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좋은 마음으로 지갑을 주워 경찰에 제출했지만 주인이 나타나 원래 있던 돈은 어쨌냐며 오히려 따지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하고도 점유이탈물 횡령죄, 혹은 절도죄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CCTV등의 증거로 자신이 돈을 빼지 않았다는 증명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CCTV의 사각지대에서 돈을 빼지 않았냐는 꼬투리도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갑을 발견했을 경우에는 변사체를 발견 한 것처럼 만지지 말고 그대로 신고하여 경찰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이럴 경우에는 경찰이 증인이 되어주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이유가 줄어든다.

과거에는 돈은 줍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는 CCTV가 없는 곳이 없고 법도 강력하게 바뀌었을 뿐 더러 인심도 흉흉해 함부로 만져서도 안 되는 시대가 됐다. 훈훈한 사례로 시작해 씁쓸한 현실로 마무리해야 하는 요즘 사회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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