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인턴] 지난 6월 16일 한 온라인 미디어에 신경숙 작가의 표절을 주장하는 한 시인의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을 중심으로 신경숙 작가의 표절에 대한 논란이 일자 17일 신경숙 작가의 작품을 주로 출간한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은 “작가의 소설에서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이며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을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신경숙 작가를 옹호하는 보도문을 냈다.

▲1970년대의 창비는 한국사회에서 지식인들의 사회참여를 적극 촉구하는 대표적인 잡지였다. (출처/창작과 비평 홈페이지)

창비의 이와 같은 대응에 뿔이 난 네티즌들은 창작과 비평 홈페이지를 비롯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창비가 아니라 창피다” “우리가 사랑했던 창비가 타락했다”는 의견을 올렸고 18일 결국 창비는 기존의 의견을 철회하는 입장을 냈다.

이렇게 논란의 중심에 선 창작과 비평은 왜 다른 출판사에 비해 더 거센 비판을 받았을까? 창작과비평은 문학동네, 문학과 지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문예잡지이기 때문이다.

창비는 1996년 1월에 출간된 계간형식의 문예 및 사회비평 전문잡지로부터 출발했다. 계간이란 계절에 따라 한 해에 네 번씩 정해 놓고 책을 발행하는 것이다.

초창기의 창비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층에 호응을 얻어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계간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창간호부터 가로쓰기를 비롯하여 한자 줄이기와 순 한글 찾아 쓰기를 감행하여 젊은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주었으며, 다른 교양잡지들이 화려한 사진이나 화보를 사용하는데 비해 전혀 사진이나 삽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자담회 기사의 인물 사진 정도만 쓰였을 뿐이다.

제호 그대로 문예창작물과 그에 대한 비평을 주로 실었으며 초기에는 해외문학 및 문예의 관한 논문을 많이 소개하였지만 1970년대에는 사회적 시대요구에 따라 우리나라의 사회문제 전반에 날카로운 비평을 쏟아냈다. 기성 한국문단의 현실도피적 문학사상을 비판하고 이에 새로운 작가·시인·평론가들을 발굴하는데 힘썼다.

이렇게 발굴된 작가와 작품들이 황석영의 ‘객지’, ‘한씨연대기’, 이문구의 ‘관촌수필’ 등이며 발표 당시 화제를 일으켰다. 복간 이후로도 김영현·공지영·공선옥 등 지금은 널리 알려진 작가들이지만 당시에 신예 작가들인 그들의 새 작품을 발굴하여 민족문학의 큰 자산이 되었다.

또한 신인 재원의 발굴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에 깊게 관여하여 1970년대의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들과 사회의 현실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일반인, 그리고 문제의식이 있는 문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의 창비는 한국사회에서 지식인들의 사회참여를 적극 촉구하는 대표적인 잡지였다. 그러나 요즘의 창비는 사회적인 문제에 날카로운 비판과 문학 비평을 날리던 옛 모습은 옅어지고 표절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덮어놓고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신경숙 작가가 이번 표절 사건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바람에 초기 신경숙 작가를 옹호했던 창비의 입장은 더욱 곤란하게 됐다.

이렇듯 독자들이 창비에게 특히 더 크게 분노하고 실망하는 이유는 창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출판사로서 불의를 보면 앞장서서 날선 비판을 하던 출판사였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기득권에 맞서 날카로운 비평을 하던 옛 시절의 창비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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