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인간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미처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나의 행동이 통제되고 조작된다면 어떻게 될까?

김민종, 김희선 주연의 미스터Q(1998)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은 속옷을 개발하고 그것을 마케팅 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 속옷 광고를 만들어 상영을 하는데, 속옷과는 별 관련이 없는 영상을 발표했지만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속옷을 본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당시 주인공들은 영상의 프레임(초당 움직이는 화면의 한 장)중간 중간에 속옷 이미지를 넣었다는 설명을 했다. 이는 영상을 봤을 때 빠르게 지나가는 한 장의 프레임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짧은 순간에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잠재의식 속에 의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기법을 쓴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감각이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자극을 주어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기법을 서브리미널 효과라고 한다. 서브리미널은 아래를 뜻하는 sub와 의식의 한계인 역을 뜻하는 limen이 합쳐진 말로 잠재의식 부분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매우 작은 자극이 잠재의식 속에서 기억되어 우리의 감정이나 행동, 생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이 기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실제로 미국의 한 극장에서 코카콜라와 팝콘의 영상을 1/3000초로 쪼개어 서브리미널 광고를 한 결과 극장에서의 콜라와 팝콘의 매출이 증가했다는 사례는 매우 유명하다.

또한 한 방송에서 소개된 아기의 울음소리를 무의식적으로 들을 수 있게 하여 여성의 가슴을 커지게 하는 벨소리 역시 이런 서브리미널 기법을 이용한 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서브리미널 메시지는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특정화면이나 특정소리가 반복되게 만들어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만든다. 이는 직접 보거나 듣지는 못하지만 뭔가 보거나 들은 것 같은 느낌이 조금씩 남아있게 만들며 그로 인한 반응을 보이게 한다.

만약 해당 기법을 이용해 특정 프레임마다 ‘소금’이라는 단어를 써 놨다면, 그 영상을 다 본 사람들은 입이 짜거나 목이 마르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브리미널 메시지는 각종 광고나 심리치료, 상점의 도난 방지 등에 쓰였다. 1969년 아폴로 11호 비행사의 정신강화훈련과 올림픽선수들의 정신력, 집중력 강화에도 쓰였고 상점에 서브리미널 음악을 재생시켜 놓으면 도난율이 현저히 떨어지기도 했었다.

이처럼 서브리미널 기법은 광고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으로서는 매우 훌륭한 기법이 될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잠재의식을 이용한 세뇌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어 사용을 금지시키는 국가들도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1974년부터 서브리미널 효과를 노린 방송광고가 금지되었고 우리나라는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규칙 제79호 제15조(잠재의식광고의 제한)를 통해 '방송광고는 시청자가 의식할 수 없는 음향이나 화면으로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방식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서브리미널 광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자유를 빼앗는 것을 우려한 규정이다.

이처럼 현재 금지를 하고는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각종 영화의 내용 및 쿠키 영상이나 광고, 자동차 디자인 등에서 은밀히 서브리미널 효과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영화나 영상을 봤을 때 뭔가 다른 느낌이 생긴다면, 이런 것을 찾아보는 것도 꽤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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