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기자] “이모, 여기 곱창 2인분 주세요. 그리고 재떨이 좀 주세요”

“미안한데 오늘부터 금연인가 뭐 시행해서 안에서 피우면 안되는데.. 밖에서 피울래?”

“금연이요? 추운데 한 개피만 피울께요”

“그럼 종이컵 줄테니 몰래 버려줘”

금연구역 확대 시행 첫날인 8일 오후 8시 서울시 영등포역 한 곱창 전문 음식점,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150㎡(약 45평) 이상 음식점과 카페, 호프집 등에서 흡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대부분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취재진은 이날 오후 5시부터 도중 영등포역 인근 음식점 10여곳을 확인한 결과, 금연 시행령을 제대로 지키는 곳은 단 한 곳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전 좌석이 흡연이 가능했으며 흡연자들을 위해 각 테이블마다 재떨이가 배치되어 있었다.

 
15년 동안 곱창집을 운영하던 사장 강모(55)씨는 “오늘 (8일)부터 흡연구역을 지정해야 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장사도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손님을 가려 받을 수 도 없고, 걱정이 많다”며 “단골손님마저 발길을 끊을까봐 어쩔 수 없이 몰래 피우라 한다”고 실토했다.

또 길 건너편 대형 프렌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장 박모(49)씨는 “오늘부터 금연이라서 들어서 단골손님에게 금연을 부탁드렸는데 바로 외투를 챙겨 가게 밖으로 나갔다. 이렇듯 되돌려 보내는 단골손님도 있는데 이 손해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하나"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렇듯 흡연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대해 자영업자들의 불만과 시민들의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하였다.

실제로 손님 김모(38)씨는 “흡연자들은 죄인이냐. 일반음식점은 그렇다 쳐도 술집에서조차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어떡하라는 것이냐.”고 불쾌감을 드러냈으며. 대학생 심모(23)군은 “술과 담배는 기호품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술집에서 술은 괜찮고 담배는 왜 안되냐? 그럼 술도 팔지 마라.”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한 전문가는 “장기화된 경기불황에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중소상인들에게 '이중고'를 안기는 꼴이 될 수 있다. 복지부에서 이 개정안에 대한 상인과 흡연자들의 혼란에 대한 여파를 생각하지도 않은 채 한 것 같다.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하며 의문을 재기했다.

하지만 8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이 시행된 이상 전국 음식점 8만곳은 밀폐된 흡연실을 제외한 업소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어길 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손님들 역시 해당 음식점 등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한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흡연 규제는 단계별로 확대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6월30일까지 금연구역 확대와 관련해 계도 위주로 단속한 뒤 7월부터는 적발 시 업주에게 1차 170만원, 2차 330만원, 3차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손님도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한다. 흡연 규제는 2014년 1월부터 100㎡ 이상 음식점(15만2000여곳), 2015년 1월부터는 전체 일반·휴게음식점(68만여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신차수 주무관은 "7일 공포된 개정안에 대해 홍보가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업주들뿐만 아니라 업소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금연구역 확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12월 말까지 각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유관 업체 등에 안내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재를 마치며 이번 복지부의 흡연규제에 대해 조금 아쉬운 점이 보였다.
우선 단순히 금연령을 시행하기에 앞서 경기불황으로 장사도 잘 되지 않는 상인 입장에선 흡연하는 손님에게 실제로 금연을 요청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가게 규모를 기준으로 금연정책 적용 유무를 결정한다는데 대해 반발이 크다. 대형 음식점 등에만 유예기간을 주지 않고 곧바로 시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소규모 영업점들의 준비상황 등을 감안해 8일부터 대형 음식점 등에만 새 금연정책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2014년 1월부터는 100㎡ 이상,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면적의 음식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2015년까지 소규모의 음식점은 흡연이 가능하고 대형 음식점은 금연을 해야 한다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업주들 사이에서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음식점, 술집 등 흡연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킨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
흡연권 권리를 박탈당한 흡연자들의 입장, 반면 비흡연자들은 대부분 이번 개정안이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길까’ 걱정하는 상인들의 고충을 생각한다면 이에 대해 규제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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