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진단 2회] "심사는 SHOW 일뿐?" 식상한 오디션 프로그램, 대중의 수준인가, 심사의 한계인가.
[시선뉴스 강지훈PD, 박진아기자]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인기가 변곡점을 지나 내려오는 시점에 탄생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예능의 구세주임은 분명했다. 또한 일반인이 도전해 조금씩 성장하고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에 시청자는 감정이입하기 좋았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국민들의 직접 투표로 이루어지는 형식은 획기적이라고까지 불렸고,  ‘오디션 신드롬’이라는 단어까지 탄생했다. 

슈퍼스타K 시즌2가 케이블 역사상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공중파 및 타 케이블 방송에서도 가수, 연기자, 모델, 아나운서 등의 여러 장르의 오디션 형식 프로그램이 탄생했지만, 역시나 시청자들의 이목을 가장 집중 시킬 수 있는 소재는 ‘노래’였다.

하지만 난무해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시청률을 의식하면서 ‘악마의 편집’이 등장하고 프로그램은 이슈몰이하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혹평을 받으며 ‘오디션의 한계’를 보였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좋은 음악을 선사한다는 좋은 의도의 오디션 프로그램. 식상한 콘셉트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요소들이 프로그램 곳곳에 등장하며 불편한 모습들이 역력했지만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은 ‘스타’가 되기 위한 등용문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무한한 매력의 오디션 프로그램. 본질을 되짚고 새로운 형식을 쫓아 부활을 시도한다. 

▲ [시사진단] 오디션 프로그램 ‘기대치의 변화, 대중의 수준인가?’ (왼쪽부터) 강지훈PD,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박진아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은 공감(共感)

오디션 프로그램은 성공이다?
정덕현 : 오디션 프로그램은 투표 시스템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대중의 정서를 반영하는 구조로 만들어 진거에요. 단지 하나의 TV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많은 것들이 담긴다는 뜻이죠.  즉, 오디션 프로그램은 내용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람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정서를 가지고 있는지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나비효과 같은 공감
정덕현 :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던 큰 이유는 바로 공감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쉽게 ‘공감 한다’, ‘공감 가네’ 라며 공감이란 말을 던지는데, 공감이란 말이 담고 있는 힘과 그 의미는 사실 엄청나게 커요. 예를 들어 어떤 드라마 하나를 보고 공감했다고 SNS에 올리면 사람들이 댓글을 달면서 공감을 하잖아요. 단순히 클릭 한 번이지만 그 연결고리가 모여 공감 이라는 큰 형태가 만들어 지는 거죠. 그게 모여 곧 성향이 되는 거죠.

박진아 : 맞습니다. 예전처럼 일방향으로 시청자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심사위원이 되어 참가자를 평가해 보고, 나아가 직접 투표도 하면서 쌍방향적인 방식들 때문에 ‘공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소위 ‘신드롬’까지 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타 프로그램과 다르게 오디션 프로그램만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은 없는 건가요? 

▲ 국내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그램
끊임없는 가용자산
정덕현 : 많이 있지만, 굳이 하나를 말하자면, 끊임없는 가용자산들이 있다는 거겠죠. 여타 프로그램처럼 스타가 나와서 원맨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끊임없이 수급되기 때문에 가용 자산이 무한대라고 봐도 무방하거든요. 그리고 요즘은 개성과 스타성, 매력이 있으면 도전이 어렵진 않잖아요. 나이의 폭도 넓어 졌고요. 그런 장점들이 있죠.

강지훈 : 끊임없이 수급되는 가용자산이 많기 때문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계속 만드는데 문제가 없다. 이렇게 이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새롭고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는 방송이라는 매체가 가용자산을 믿고 우후죽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조금 사그라졌다고 할 수 있지 않나요? 분명 가용자산의 문제를 넘어 다른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인기가 식는 것 같은데요.


대중문화, 선망의 대상이냐 저급 문화냐

한물 간 오디션 프로그램?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 오디션 프로그램이 전부 그런 건 아니에요. 대중들의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프로그램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죠. 그리고 예전에 허각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면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을 갖고 나와 직결된 일인 것처럼 호응을 하며 봤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프로그램 속 인물에 나를 투여시키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TV를 보면서 연예인을 바라보듯 ‘잘생겼다’, ‘잘한다’이렇게 선망하며 프로그램을 보는 거죠. 그런 과정들 때문에 프로그램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보이는 것 같아요.

강지훈 : 그렇죠. 나와 참가자 관계를 동격화 시키다 이제는 선망의 대상으로 변해 버렸으니, 그만큼 프로그램과 시청자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고 그것이 프로그램 분위기가 가라앉는데 일조를 했다고 봅니다. 저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요. 과도한 경쟁이 그 이유 아닐까요?
진짜 예술은 예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말입니다. 

총성 없는 서바이벌 전쟁
정덕현 : 맞아요. 그건 비판받을 만한 부분이에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없으면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지 못하니까요. 이거는 김영희PD가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 제작할 당시 했던 이야기인데 ‘나가수’ 프로그램의 진짜 목적은 ‘가려진 좋은 음악들을 사람들에게 많이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라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그 목적을 향해 가는데 있어 ‘경쟁구도’ 형식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지금은 시청자들도 경쟁하는거 식상해 하고 지루해 해요. 

박진아 : 지나친 경쟁도 경쟁이지만, 저는 요즘 너도나도 ‘가수’를(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한정 짓겠습니다.)한다고 하는 것 같아 조금 우려도 됩니다. 사라져간 음악 장르들을 다시 유행 시키고 다양한 음악들을 국민들에게 전한다는 것은 좋지만, 실상이 가려진 화려한 겉모습들에 청소년들이 현혹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도 분명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보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도나도 가수, 대중문화를 인정해라
정덕현 : 그 질문은 ‘대중문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과 같은 질문이에요. 오디션 프로그램도 대중문화 잖아요. 그런 대중문화를 그냥 ‘딴따라’라든지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문화로 치부해버리면 안돼요. 대중문화는 말 그대로 지금 대중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표현되고 있는 문화거든요. 대중들의 마음속 뭉쳐진 부분을 풀어주기도 하고, 잘 깨닫지 못하는 부분들도 끄집어내서 알려주기도 하는 거죠. 그것들이 바로 대중문화를 통해서 표출 되는 거예요. 왜 사람들이 이런 것들에 심취하는가 하는 정도의 포인트를 알아야 한다는 거죠. 무조건 대중문화는 너무 나쁘다! 이런 식으로 보면 안돼요. 

저급문화? 색안경으로 덮여진 거죠

▲ 시선뉴스 박진아 기자
정덕현 : 대중문화는 대중들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것도 있지만 콘텐츠가 대중들한테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대중문화를 숨김없이 열린 마음으로 봐야지 처음부터 색안경을 끼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면 도움 되는 것이 없어요. 현실적으로 하나도 도움이 안돼요. 그리고 실제로 대중문화는 사회에 해주고 있는 긍정적 영향들이 굉장히 많아요. 너도나도 ‘한류 한류’하지만 결국 ‘딴따라다’라고 하면서 저급문화로 분류하잖아요. 그런 시선을 정말 바꿔야 해요.

박진아 :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대중문화는 미디어 콘텐츠가 대중들에 영향을 주면서 만들어 지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콘텐츠가 사회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 하는 거죠.  하지만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은 ‘가수’가 되겠다고 하거든요? 이건 다양화 되야 하는 문화가 오히려 획일화 되버린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부분을 ‘대중문화’이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고(思考)는 올바르지 않다고 봅니다. 자칫 잘 못하면 여과없이 그대로 다 받아들여 질 수 도 있거든요. 


경쟁과 공존 사이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오디션 방식 변화의 물결
정덕현 : 최근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달라지고 있어요. 바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경쟁이라는 것을 하죠. 그게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에요. 결국 경쟁자 둘 중에 한 명은 떨어지지만, 둘이 같이 음을 맞춰나가는 거잖아요. 하모니를 보는 거는 거예요. 분명 어떤 긴장감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위에서 보여주는 하모니 같은 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는 거죠. 그래서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콜라보레이션 미션을 많이 하고 있죠.

▲ 경쟁과 공존 사이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미션
오디션 종류 중 유독 ‘음악 오디션’이 성공하는 이유
정덕현 : 경쟁과 공존이 함께 해야 대중들은 좋아해요. 그런데 음악이 바로 그런 경쟁을 공존으로 순화시켜 주거든요. 음악은 정서적인 유대감을 주잖아요. 정서적인 유대감이 잘 중화시켜 나가는 구조가 되는 거죠. 그래서 연기, 모델 등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이 나왔어도 유독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공 할 수 있었던 거죠.

박진아 : 왜 유독 ‘가수’오디션이 각광 받는지 궁금했는데, 그런 이유들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경쟁의 방식이 변한다는 뜻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형식도 변했다는 것 아닌가요? 요즘은 예전처럼 심사위원들의 평과는 좀 상이하게 합격과 불합격이 나오는 경우도 많고요.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대중성이 변한다? 기대감도 변한다?

대중들이 원하는 기대감은?
정덕현 :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면서 대중들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요구사항들도 많아지기 시작 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제작진들은 과도하게 편집을 한다든지, 자극적인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죠.  누구든 살면서 다 경쟁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런 경쟁 속에서도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그리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들. 이런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대중들은 기대하죠. 경쟁을 하지만 같이 공존해 꿈을 이뤄나가는 그런 과정들이 대중들이 원하는 공감이거든요.

강지훈 : 시청자들의 기대치와 대중성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씀 하셨는데요, 얼마전 슈퍼스타K에서 이승철씨가 “음악적 시선과 대중의 시선이 이렇게 다른 건가요”라는 말을 했어요. 이런 말의 의미도 대중성이 달라졌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것 같거든요? 근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 뜻은 “전문가들의 시선과 다르게 대중의 수준(귀)이 낮다”라는 뜻으로도 해석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승철의 발언? ‘기대치의 변화냐, 대중의 수준이냐’

▲ 슈퍼스타K4 심사 중 “음악적 시선과 대중의 시선이 이렇게 다른 건가요”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었던 가수 이승철
정덕현 : 대중의 대중성도 바뀌어요. 그런 면에서 이승철씨는 슈퍼스타K4 이전 시즌의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슈퍼스타K4 에서는 본인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모습들이 나오니까 그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승철씨가 한 말이 ‘대중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라는 표현이 아니에요. ‘대중들의 생각이 달라졌구나. 그럼 우리도 거기에 맞춰야 한다.’라고 생각해서 발언한 거라고 생각해요.

대중의 눈이 변하고 있다
정덕현 : 사실 대중성이 변하는 것은 정보사회랑 비슷한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면 그 중에서 매력 있는 정보만 찾게 되는 현상이랑 비슷한 거죠. 처음에는 가창력이 좋은 참가자들을 보면 응원했지만 지금은 가창력은 기본이고 그동안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 매력적인 외모 등에 더 집중하게 되는 거죠. ‘저 사람 개성이 뛰어나니까 성공하네? 그럼 내 개성은 뭐지?’ 라는 생각들을 하게 된거죠. 이건 사회적으로 굉장히 건전한 현상입니다. 그것이 곧 대중과 사회가 원하는 모습이죠.

강지훈 : 쉽게 말해서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역량을 보고 판단하는 것과 비슷한 거네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 중 하나 일거라 생각합니다.

▲ 시선뉴스 강지훈PD
박진아 :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예전처럼 노래를 잘하면 1등 할 수 있는 포맷은 열심히 노력하고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스펙'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었던 보상이라고 생각 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체 포맷 자체가 학벌과 외모의 기준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뽑히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고 생각 하거든요.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야 사회 흐름과 소위 ‘운’의 흐름이 맞으면 주목 받는 것이라고 생각 하는데요?

강지훈 : 그렇지만 노래라는 것을 일정한 기준을 두고 ‘이정도면 잘 하는 거다’‘이 음을 못 냈으니 못하는거다’라고 판단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단순히 ‘노래를 잘한다’를 넘어 본인의 독특한 개성을 표출하고 평가하는 것이 더 공정한 평가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최근에 참가자들 본인의 개성 있는 모습이 제작진의 의도적인 편집기술로 실제와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지 않습니까. 실제로 ‘악마 편집’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피해를 본 참가자들도 있고요. 저는 이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오디션의 빛과 그림자

달콤한 유혹, 악마의 편집
정덕현 : 악마의 편집은 결국 시청률 때문에 생기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제작진들이 유혹을 느끼는 부분들이 많고,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일들이 벌어졌죠. 개인적으로 ‘악마의 편집’에 대한 비판 기사를 많이 썼어요. 왜냐하면 약자를 상대로 하는 거니까요. 연예인들은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 대처를 하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거든요. 처음에 오디션에 참가할 때 각서를 써요. 그래서 자신들이 방송에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지에 대해서 잘 몰라요.

▲ 악마의 편집으로 논란이 됐었던 슈퍼스타K4의 방송화면

씁쓸했던 유혹, 악마의 편집
정덕현 : 결과적으로 악마의 편집이 제작진들에게 도움이 됐느냐? 그렇지 않거든요. 슈스케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적인 신뢰가 많이 떨어졌죠. 제작진들도 그 신뢰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았죠.

강지훈 : 하지만 제작진은 이미 시청자의 신뢰가 더 크다는 걸 깨달았다고 할지라도, 이미 이미지메이킹이 되어 악마 편집 되어버린 참가자들은 무엇으로 보상 받을 수 있을까요. 참 안타깝네요. 프로그램의 욕구만으로 한 사람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 버리는 것은 분명 올바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심사위원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인 것 같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걸맞지 않은 심사위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 공정성이나 정확한 심사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심사위원인가 방청객인가
정덕현 :  ‘쇼 비즈니스’적인 접근 이었다고 봐요. 메인 심사위원들이 무게감 있게 심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사위원이 보여주는 리액션의 재미, 사실 이런 부분이 프로그램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백지영씨나 김하늘씨나.. 이런 가수들이 나와서 공정하게 심사하거나 심사의 확실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특히 손담비씨 같은 경우는 군인들이 있기 때문에 시선을 집중 시킬 수도 있고, 군인과 손담비의 조합 같은 부분도 있죠. 오디션 프로그램을 너무 교과서적으로 접근하면 안되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들을 잘 버무리는 것이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얘기 할 수 있겠죠.

박진아 : 조금 전 ‘노래 잘 하는 참가자를 뽑는 것’과 ‘개성 있는 참가자를 뽑는 것’ 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공정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나왔었습니다. 참가자들의 실력과 개성 중 무엇을 더 큰 잣대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공정한 부분이 되어야 할 ‘심사위원’이 공정 보다는 ‘쇼 비즈니스’적인 부분으로 선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심사가 ‘쇼 비즈니스’ 부분 이라고?
정덕현 : 중요한건 ‘오디션’이 아니라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거죠. 오디션 프로그램도 결국은 프로그램 이거든요. 결국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줘야 돼요. 재미가 음악을 통해서 주는 것도 있지만 심사를 통해서 주는 재미도 있거든요. 이게 바로 실력 없는 친구들이 나와도 실력 있는 친구들보다 훨씬 많은 분량으로 편집해서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인 거죠. 심사위원도 그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강지훈 : 공정함과 쇼 비즈니스 적인 차원이 모두 겸비된 심사위원이 빨리 나오길 기대해보는 수밖에 없는 건가요. 단순한 ‘쇼 비즈니스’적 차원이라는 것은 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BEST VS WORST

전문가가 뽑은 오디션 프로그램 Best
정덕현 : 저는 슈퍼스타K라는 상품 전체 패키지로 생각 했을 때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슈스케는 케이블 채널로써 보여 줄 수 있는 장벽을 깼다고 보거든요. 옛날처럼 채널을 돌릴까 고민 하는게 아니라, 슈스케 방송이 하니까 당연히 본다는 정도로 되어 버렸거든요. 그리고 프로그램이 성공 했는지 아닌지는, 해당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지금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로 판단 할 수 있어요. 슈스케의 ‘버스커버스커’는 올 한해 가요계에서 손에 꼽히는 몇 가수들 중 한 팀 이잖아요. 

▲ 슈퍼스타K2 우승자 허각(왼쪽), K-POP스타 우승자 박지민

그 다음에 K-POP스타가 그나마 성공했다고 볼 수 있죠. 이미 지상파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시도를 했지만 다 실패 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지상파 프로그램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성공시킨 거죠. 출신 가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이하이가 노래 잘합니까? 난 노래 잘한다고 생각 안 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목소리로 그런 톤으로 그런 색깔로 부르는 친구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벌써 음반활동도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박진아 : 네. 맞습니다. 저도 얼마전 ‘슈퍼스타K4’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이승철씨가 했던 인터뷰가 생각나네요. '프로그램이 끝난 후 출연자들의 데뷔와 활동 여부를 보는 것이 프로그램을 성공 여부를 판단 할 수 있는 근거'라고 했거든요. 그렇다면 실패한 사례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뭐가 있을까요?

▲ 위대한 탄생1 우승자 백정강(왼쪽), 탑밴드2 우승자 피아

전문가가 뽑은 오디션 프로그램 Worst
정덕현 : ‘위대한 탄생’은 실패사례라고 늘 이야기 하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시즌3같은 경우는 호평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건 결과가 나와 봐야 아는 거죠. 위탄 같은 경우는 인재 배출을 제대로 못했어요. 아시겠지만 백청강씨는 지금 뭐하는지 모르겠고, 다른 친구들도 뭐 하는지 모르잖아요. 올해 뽑힌 친구들은 노래는 안하고 연기를 하고 있고... 이렇기 때문에 위탄은 실패 사례라고 하는 거에요.

그리고 ‘TOP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은 얘기할 것도 없고요. ‘내 생에 마지막 오디션’ 이란 프로그램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딱 그 이유에요. 대중들은 처절한걸 보고 싶지 않거든요.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은 심사위원들이 누구 인지도 모르겠어요. 심사위원들이 더 이슈 되려고 하는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실패 사례라고 볼 수 있죠.

강지훈 : 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분명 많은 장점들을 내포하고 있죠. 좋은 음악들을 대중에게 들려주고 숨은 실력자를 발굴해낸다는 취지도 좋고요. 많은 장점을 가진 장르라면 가라 앉는 분위기에 변화를 줘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가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은 보여줄 것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정덕현 평론가의 시사진단 
구석구석 매력을 발견 할 때

▲ 정덕현 평론가의 시사진단
제일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의 매력을 하나하나 어떤 방식으로 끄집어내서 효과적으로 전달 하냐는 겁니다. 지금의 형식에 머물러 있는게 아니라, 좀 더 새로운 방식과 형식을 고민하는 부분이 필요하는 거죠. 하지만 전제조건은 일반 참가자들이 가진 매력을 얼마나 집중적으로 잘 표현해 낼 수 있도록 고민하느냐는 것이 관건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다큐멘터리 장르가 참 좋거든요? 요즘은 프로그램 장르가 하나로 정해진 것이 없어요. 다큐와 다른 장르가 퓨전이 된다든가, 예를 들어 오디션 프로그램과 오디션 프로그램이 합쳐 질 수도 있겠죠. 이런 퓨전 장르로 변화 발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됩니다.

 

강지훈PD의 시사진단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국 사회에 들어와 문화적,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어떤 사람에게는 한 줄기 빛이 되기도 하고, 다른 누구는 희망과 절망을 불러왔다.

▲ 강지훈PD의 시사진단
어쩔 수 없는 TV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오디션’이라는 큰 주제보다는 ‘프로그램’이 존재 해야 한다는 이유로 어쩌면 주객전도된 상황이 된 것 같다. 이는 그동안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 역시 결과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반 전문가’로 성장한 이유일 수도 있고, 대중들의 기대감이 ‘허각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을 당시보다 더 큰 것을 원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차례 실패와 성공을 맛본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은 ‘오디션’이라는 목적에 의미를 두고 그 본질을 이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PD의 욕구와 프로그램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닌 공정함과 도전하는 이들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승철씨가 ‘음악적 시선과 대중의 시선이 이렇게 다른 건가요?’라고 한 말은 결코 준비된 대본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분명 생방송에서 그의 발언은 심사위원으로서 대중들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기로 형성된 팸덤의 힘과 영향력이 도가 지나친 대중의 참여(문자 투표 반영)비중이 결국 심사위원의 판단을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

첫재. 국민 참여 반영률을 줄여야 한다.
팬으로서 응원하는 모습은 좋지만 분명한 것은 이건 ‘오디션’이다. 국민들의 문자 참여가 정말 ‘공정성과 형평성이 있다고 믿을 만한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한다. 홈페이지 사전 투표도 모자라 문자 투표까지, 사공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심사위원은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마땅한 자격을 가지고 심사를 하기위해 참여한 사람들이다. 심사위원이 대중성도 가늠 하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면 분명 그들의 결정은 더 공정한 오디션의 결과를 만들 것이다. 물론, 실력과 위트를 갖춘 사람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오디션이란 본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본질은 분명 ‘오디션’이다. ‘오디션’이란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오디션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성공했다’라고 생각하면 그 다음 성공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본질과 주제를 벗어난 변화는 결국 실패를 맞이하게 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난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오디션’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보고 정도(正道)를 향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박진아 기자의 시사진단

▲ 박진아 기자의 시사진단
한때 ‘오디션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생기며 오디션 프로그램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지만 정형화된 형식과 자극적인 요소들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사게 됐고,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인 현상에도 사이클이 있듯, 예능 프로그램에도 사이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러브 버라이어티’에서 2000년대 초중반 ‘리얼 버라이어티’로, 2000년대 중후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예능의 판도는 변했다. 이 판도를 수학의 싸인(sin)공식에 비유하자면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의 곡선은 아래로 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언젠가 또 다른 상승곡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시 인기를 끌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러브 버라이어티’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로 변한 것을 새로운 형식과 신선함으로 싸인 곡선의 ‘연장선’에서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면,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변하게 된 것은 ‘새로운 곡선’을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현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새로운 형식과 신선함을 주는지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연장 상승 곡선을 그을 것인지, 아니면 완전 새로운 콘셉트의 예능 장르가 탄생 할 것인지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무한한 장점을 높게 평가 하는 1人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디션과 정보, 오디션과 다큐의 접목은 어떨까? 예능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지만 예능을 통해 시청자에게 정보를 주고 지(知)를 향상 시키는데 일조를 하는 것 역시 좋은 방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오디션과 캠페인의 접목은 어떤가? 만약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정한 대중문화라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 한다. 그래야만 투표를 하는 '시청자만'의 문화가 아닌 진정한 대중문화라고 칭할 수 있는 것이다. 90년대와 200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일밤의 ‘양심 냉장고’와 ‘느낌표’를 기억하는가. 오디션 프로그램과 캠페인의 접목이 불가능 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 무한한 장점을 가진 오디션 프로그램, 퓨전화된 형식으로 발전·진화해 시청자에게 다양한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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